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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G Jun 29. 2016

언터처블 1%의 우정을 사랑으로 바꾼다면

영화 속 삶의 한 장면, '미 비포 유'

톱스타 주연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닌 영국 영화 한 편과 영화의 원작 소설이 조용히 흥행하고 있다. 바로 조조 모예스의 로맨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미 비포 유>다.

일찌감치 영국에서는 베스트셀러로 유명했으며, 우리나라에는 존엄사에 대한 소재를 다룬 로맨스 작품이라고 소개되었다.

그러나 이를 기대하고 영화를 보았다면 다소 실망할 확률이 높다. 영화는 동화같이 예쁜 화면과 감성적인 음악, 적당히 슬픈 젊은 남녀의 로맨스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들의 사랑에서 남자의 척수 장애가 그다지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과거 유능하고 부유하고 잘생긴 청년이었던 윌은 한순간 교통사고로 척수 장애로 전신마비 상태에 놓인다. 그런 그의 간병인으로 이제 막 백수가 된 밝은 여자 루이자가 뽑힌다. 여기까지의 내용을 보며 많은 사람이 <언터처블 1%의 우정>을 떠올렸을 것이다.

두 작품 모두 전문 간병인은 아니지만, 장애를 가진 주인공과 우정과 사랑을 나눈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언터처블>이 서로의 상태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면 <미 비포 유>는 여자주인공의 감정선에 다소 치우쳐져 있다.

존엄사를 위해 스위스로 가게 될 결심까지 한 윌의 심리 상태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이야기는 윌의 장애보다는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두 남녀의 삶에 ‘사랑’이 어떤 변화를 불러오는지에 더 관심이 많은 듯 보였다.

해보고 싶은 건 다 하고 살았던 윌은 사고 직후엔 집안에만 틀어박혀 무료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살고 있다. 그런 무채색 같았던 그의 삶에 총천연색 옷을 입은 한 여자가 들어온다. 항상 밝게 통통 뛰어다닐 것 같은 루이자.

하지만 알고 보면 스스로 혹은 타인이 정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삶을 사는 여자다. 남자친구 때문에 매일 코미디 영화만 보던 루이자는 윌과 함께 난생처음 자막 있는 영화를 보고 큰 감명을 받는다. 그런 루이자를 보며 윌은 동질감을 느끼며 그녀가 자신의 과거처럼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길 바란다.

한편 루이자는 윌이 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하고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던 사실과 윌의 어머니가 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마지막으로 자신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를 듣고 배신감과 동정심이 묘하게 뒤섞인 루이자에게 그녀의 동생이 말한다.

깊게 생각하지 말고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인생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라고 말한다. 여기서 루이자는 독특한 결심을 한다. 윌의 버킷리스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녀가 윌과 함께 하고 싶은 루이자의 버킷리스트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7년 사귄 남자친구의 방식을 일방적으로 이해하며 맞춰주던 그녀가 변한 것이다.

영화에서 루이자의 남자친구는 내 앞에 장애물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장애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느낀 상태였다.

루이자의 생일선물로 그녀의 남자친구가 자신의 이름 ‘패트릭’이 적힌 목걸이를 줄 때, 어린 시절 너무나 좋아했던 노란색 줄무늬 스타킹을 선물한 윌. 확실히 존엄사의 논쟁보다는 me before you(당신이 있기 전의 나)가 서로를 통해 왜 untouchable(손댈 수 없는) 1%의 사랑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결국은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에 가까운 영화다.



본 글은 인터넷 신문 <에이블뉴스> '영화 속 삶의 한 장면' 코너를 통해 연재하고 있는 글입니다.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에 주목하여 서로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 지난 글 읽기 -

1편. 이제 뭐 하지? , <언터처블 1%의 우정>

2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담긴 의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3편. 듣는 것, 보는 것, 기다리는것에 대하여, <청설>

4편. 서로를 보며 성장하는 관계, 가족, <미라클벨리에>

5편. 두 남자가 일주일을 사는 법, <제8요일>

6편. 사라지는 기억을 기억하기, <스틸앨리스>

7편. 최초의 길, 최초의 용기, <대니쉬걸>

8편. 성장과 함께 죽음을 기록하는 '열두살 샘', <열두살 샘>

9편. 이들의 반짝이는 소리가 들리나요?, <반짝이는 박수소리>

10편. 서툴러도 진심은 통한다, <잠수종과 나비>

11편. 서로의 페이지터너가 되다, <터치 오브 라이트>

12편. 공적인 자리에서 빛나는 사람, <여인의 향기>

13편. 만약 당신의 배 속의 아이가 장애가 있다면, <24주>

14. 능력과 장애의 한 끗 차이를 말하다, <슬로우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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