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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린 Apr 03. 2019

3. 잊고 내게도 봄이 오면

샤이니 종현, 우린 봄이 오기 전에(2018.01.23)


"어떤 노래는 음성이 아닌 숨으로 이루어진다. 소리와 소리 사이를 헐겁게 이은 숨이 모여 노래가 되고 그런 노래는 소리보다 호흡으로 들린다. 호흡을 뱉는 사람의 얼굴을 그려본다. 애써 밝았던 표정이 서서히 슬퍼졌다. 귀로 보면서 나도 따라 희미하게 웃다가 울상이 되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공기 펌프로 바람을 불어넣듯 볼륨 버튼을 눌러 귓속 가득 소리를 채워 넣으면 언제 어디서든 작은방이 만들어진다. 그곳은 나 혼자 머물고 귀 기울이는 작고 어두운 눈물 방. 무릎을 꼭 끌어안고 단출한 악기 하나 들고 찾아온 한 사람의 독백을 눈 없이 귀로만 듣는다. 소리를 내는 사람과 소리를 듣는 나뿐인 그곳에선 내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유일한 청자가 된 것 같다. 귀가 깊어지다 깊어지다 숨소리마다 밴 슬픔이 올올이 닿아오면 어쩔 줄 모르는 심경이 되고, 누구보다도 돌봄이 필요했을 사람이 아프다. 공명의 끝은 항상 울음이다."



햇볕은 진작에 달라졌지만 아직 봄은 달려 나오지 못하고 맹렬한 바람 뒤에 서성인다. 찬 공기를 걷어내고 내 앞에 훅 나타나기 전까진, 멀리서 주춤대는 봄을 이 편에서도 가만히 살필 수밖에 없다. 봄의 기약을 가늠해보기 시작한 건 어느 밤, 슬픈 일이 있을 때마다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는 게 유일한 위로이던 한겨울부터였다. 봄이 오기는 할까. 이 괴로움에 정말 끝이 있을까. 믿을 수 없는 기분으로 대기하던 마음은 설렘이 아니라 두려움에 가까웠던 것 같다.


그런 겨울과 초봄을 겪던 해에 이 곡을 닳도록 들었었다. 봄이 오기 전에, 날이 밝기 전에, 꼭 한 번 보자며 기약하는 목소리 곁에다 내 마음을 나란히 맞대 보았다. 그때 내가 느낀 건 자신의 간절한 바람마저 제삼자처럼 응시하는 듯한 노래 속 사람의 슬픈 기색이었다. 다가서고 싶지만 행여 당신이 슬픈 나로 물들까 봐 두려운 마음. 다가가더라도 내가 가진 눈물과 슬픔 모두 지운 뒤에나 그러겠다고 다짐하지만, 흐린 말끝에 맺힌 감정은 듣는 이를 안타깝게 만든다. 노래 곁에 나란히 아픈 마음을 대보았다가 되려 노래하는 사람이 가늠할 수 없이 안쓰러워져서 매번 울게 되는 노래. 어느 누가 그의 마음을 다 알 수 있었을까.




생일달이어도 매해 4월은 낯설기만 하다. 3월과 5월 사이에 끼어 정체성도 흐린 데다, 매번 거짓말에 너그러운 날로 시작된 탓인지 혼란스러운 기분이 늘 따라다닌다. 하지만 뭔지 모를 흐트러짐 속에서도 꽃을 피우고, 기약 없는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임을 다할 수 있는 달 역시 4월이다. 머지않은 그의 생일쯤에는 바람이 물러간 자리에 정말 봄이 와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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