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Day 58]
"혹시 괜찮다면, 리가(Riga)에서는 우리집에서 지내지 않을래요?"
"네..? 정말요? 그래도 되는 거에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분명 이건 책 속에서만 보던 일이었다.
"물론이죠, 돈 안내도 돼요. 그냥 우리 가족이랑 같이 지내요. 니코랑 같이 레고도 만들면서."
"맞아요. 니코 방에서 자면 될거에요. 아, 눈 좋아한다고 했죠? 우리가 눈 많은 곳 데려다 줄 수도 있어요."
"있잖아요, 나 지금 이 상황이 안 믿겨요."
"우린 그냥 먼 곳까지 온 한국 소년을 기쁘게 해주고 싶을 뿐이에요."
"우리도 어렸을 때 돈 없이 여행을 다녀봤었거든요."
니코는 지금 무슨 대화가 오고가는 줄도 모른 채 열심히 레고를 조립하는 중이었다.
"아마 저 새해가 되면 리가에 갈 거 같아요. 그 때 제가 꼭 연락드릴게요. 꼭이요."
창밖으로 육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에스토니아였다. 슬슬 배에서 내릴 때가 되자 리가 아저씨(라트비아 수도인 리가와 발음이 같다)가 일어서서 외투를 입으며 말했다.
"이건 분명 흔치 않은 일이죠. 근데 알고보면 원래 우리 인생에 흔한 일은 없는 거니까요. 새해에 봅시다."
우리는 두 손을 맞잡고 악수를 했다. 앞날에 안녕을 바라는 악수라고 했다. 수줍은 니코와도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렇게 니코네 가족은 매순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마법의 문장을 나한테 남기고 사라졌다.
아직 가보지도 않은 라트비아가 벌써부터 너무 궁금해 미칠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