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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아 Jan 30. 2019

“잘 지내니?”라는 말 한마디

feat. 비뚤어진 것은 내 마음

그림: Charlotte Salomon

타국에 있다 보니 카카오톡, SNS로 간간히 지인들이 “잘 지내니?”, “한국은 언제 오니?”라며 안부를 물어온다.

살면서 한 번도 나의 안부를 묻는 말에 비뚤어진 마음을 갖았던 적은 없었는데, 그들의 가벼운 인사 한마디에도 때로는 온통 날이 서버리고 만다. 멀리서 내 생각이 나서 연락한 그들이 고맙기는커녕 그들의 안부 연락에 목이 옥죄어 오는 이유는 뭘까?

나 잘 지내고 있는 건가?


안부를 물어오는 그들에게 “응, 항상 똑같지, 잘 지내”, “가면 연락할게”라고 말하며, 더 이상 내 이야기를 깊게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아니, 나 힘들어”라고 말하는 순간, 의무적으로 “무슨 일이야?”라고 묻지만, 아무리 하소연하듯 내 힘든 이야기를 지껄인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들과 내 삶의 교차지점이 사라진 지금, 내 어려움이 그리고 그들의 어려움이 서로 공감되지 않는다.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서로 공감대가 없어진 삶의 이야기는 오래가지 않는다. 주절주절 떠들어 대는 내 이야기는 허공으로 사라진다. 때문에 어느 순간 더 이상 깊게 얘기하지 않게 된다.



누군가 나에게 잘 지내냐며 안부를 물어오면, 잘 지낸다는 말 한마디로 얼버무리며, 통상적으로 상대방의 안부를 묻지만 그럴 때면, 상처의 딱지를 건드리는 것처럼 신경이 온통 예민해지게 된다. 남들에게 괜찮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허울 때문인지, 아니면 남들 눈과 상관없는 내 선택에 대한 내 자존심 때문인지... 아니면 그 둘 다 때문인지...

덕분에 인간관계는 여기 있으면서 저절로 정리가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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