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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아 Jan 12. 2019

시험기간에 브런치 작가 등록을 했다

feat.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딴짓은 시험공부하면서 하는 딴짓

그림: Charlotte Salomon


어린 시절, 속담풀이가 된 만화책을 보고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을 처음 알게 되었다.

어린 마음에 "어떻게 3살 버릇이 80살까지 가지? 말도 안 돼.." 하고 생각했는데, 오늘 다시 한번 "아.. 진짜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겠구나..."라는 생각을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몇 달 전,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문학과 예술, 현대사상.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 해지는 이것을 파리에서 공부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왜, 뭐 때문에 이걸 선택한 거지? 스스로에게 의문만 들 뿐이다.

그리고 오늘은 드디어 마스터 1학년, 1학기, 마지막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오늘 시험을 본 수업은 "문학 이론 스타일".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나를 괴롭히던 수업이다.


사실 나는 문학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불문학은 더 그러하다. 알고 있는 프랑스 작가라고 해봐야 기욤 뮈소, 베르나르 베르베르, 생텍쥐페리,  빅토르 위고... 같은 모두가 알고 있는 작가들 뿐이랄까.. 불문학의 역사라던지, 그들에게 중요한 작가들, 이론가들.. 나는 잘 모른다. 물론 그중엔, "아! 이 사람?" 하고 들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있고, "아! 나 이 사람책 읽었는데?"라고 익숙한 작품의 작가들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작가들, 이론가들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이고, 그들의 작품이라던지, 이론 용어라던지, 그들의 역사.. 전혀 알고 있지 않다.

그럼 뒤늦게 왜 이 전공을 선택한 것인가?

사실 나는 문학보다는 문학을 기반으로 한 예술이라던지 그들의 철학 부분에 관심이 갖다. 그리고 영화 말고 새로운 분야, 내가 모르고 있던 것들, 조금 더 나의 시야를 넓혀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이 욕심은 이 이론수업을 듣는 첫날 와장창 하고 깨져버리고 말았다. Amphi라는 강의실에서 수업이 진행되었는데, Amphi는 우리가 생각하는 강의실의 개념보다는 조금 더 큰 장소이다. Amphi는 2층의 공간으로 이어진 계단식으로 된 강의실로, 100명 넘는 인원수의 사람들이 앉을 수 있으며, 교수는 마이크를 사용해야 뒤까지 잘 들린다. 처음 수업에서 강의실의 규모라던지, 학생들의 수로 꽤 위화감을 느꼈다.

그리고 바로 들리는 강의 내용에 좌절을 느꼈다.


교수는 굉장히 빠른 속도의 불어로 불문학의 역사를 이야기했고, 나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내용을 불어로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대충 듣기만 해도 위화감이 느껴지는 라틴어의 어원,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 수사학, 문체의 계급, 에레니우스, 중세시대, 15세기, 16세기... 등등등... 모든 것들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 이후로 난 이 수업이 끝난 밤이면, 우울해지는 마음에 친구들 집에 가서 술을 마셨다. (하하)


어찌 되었든 그 수업이 마무리가 되었고, 오늘 그 시험을 본 날이다. 덕분에 나는 어제 한 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그리고 시험공부를 하면서 느낀 내 감정은 끊임없는 현타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이다.

우선 현타에 대해선 지금까지 언급했던 저 위화감이 시험공부를 하는 내내 찾아왔고, 하면서도 아.. 이게 뭐지? 난 이 공부가 하고 싶어서 여길 들어온 게 아닌데.. 지금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과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시간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끊임없이 계속 딴짓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왜 보통 중, 고등학교 때도 시험공부를 할 때면 꼭 방청소를 해야 하고, 책상 정리를 해야 하지 않았던가. 방청소도 끝냈고, 책상 정리도 끝냈다! 본격적으로 시험공부를 해보자! 하면 꼭 이상하게 다른 것들이 그렇게도 재미있다.


우선, 난 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취미생활이 생겼다. 바로 그림 그리기. 손그림인데, 평소엔 펜을 잘 잡지 않던 나도 왜 이렇게 그림을 그리는 게 재밌는 건지, 한번 펜을 들면 놓기가 싫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며칠 사이에 이미 내 노트에는 많은 그림들이 새겨져 있다.

심지어 올해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그림 그리는 게 좀 더 익숙해지면 그림일기를 써보기!

그리고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브런치도.. 사실 시험공부를 하다 현타가 오던 시점에 브런치 작가 등록을 하게 된 것이다.(하하하)

왜 평소엔 귀찮아서 미뤄두는 것들이 공부만 하면 왜 이리도 흥미로운 건지, 왜 이런저런 아이디어들이 계속해서 샘솟는 건지...


평소에도 이렇게 이 일, 저 일 해보면서 자기 발전을 했으면, 지금보단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었으려나?

흠... 평소엔 하지 않으니, 뭔가 계속 시험을 봐야 하는 건가? 그러면 이런 내 귀차니즘은 좀 사라지고, 평소 귀찮았던 것들이 흥미로워지려나? 하는 엉터리 같은 생각이 든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아 이런 엉터리 같은 생각... 여든까지 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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