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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샘 Jan 16. 2017

나무 아래 낮은 바다

2016.11. 나가사키 정원여행 - 나가사키 수변공원

겨울임에도 일본은 따뜻했다. 그래도 해가 빨리 저무는 것은 같았다. 

구라바엔과 나카노차야 정원을 돌아보고, 잠시 도심 근처에 카스테라를 먹으러 갔다. 나가사키에 왔는데 카스테라를 먹어야겠더라. 카스테라를 먹는데 슬슬 빛이 해가 지기 직전의 빛이 나기 시작했다. 먹던 것을 마저 먹고, 계획해둔 마지막 정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잘 가꾸어진 정원이나 식물원도 아닌, 그냥 공원이다. 바닷가에는 몇몇 배들이 정박해 있고, 아이들이나 개를 데려온 사람들이나 놀러 온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공원 주변으로는 높은 나무들이 많았다. 거의 나무만한 소철이 바람에 나부끼고, 잎은 바람을 따라 흘렀다. 





주변 낮은 나무와 그 주변에는 작은 꽃들이 피어있었다. 계절을 착각한 것부터 항상 피어있는지 생각되는 꽃들까지, 많고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게 피어있었다. 





몇몇 나무들은 미처 바람에 흩날리지 못한 씨앗들이 맺혀있었다. 따뜻한 공기가 선명한 초록빛을 지켜주지만, 그래도 계절은 흘러간다.   





낮은 곳들을 바라보다, 문득 나무들을 올려다본다. 

노을빛이 물든 나무들이 화려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무 아래 돌에 앉아서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보았다. 

높은 나무들 아래에는 바다가 있었다. 높은 나무와 낮은 바다 모두 노을빛이 났다. 

사진을 찍는 것보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앉아있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한동안 멍하니 빛과 바람소리를 느끼다가, 빛이 슬슬 푸르게 바뀌어갈 때쯤 저녁을 먹기 위해 일어났다. 






나가사키에는 단 이틀만 있었다. 짧은 일정으로 다녀온 여행이라 사실 사진을 찍는 것보다는 먹는 것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짬뽕과 카스테라가 그렇게 맛있더라. 


여행 중 극히 짧은 순간에만 카메라를 들었지만, 바닷바람이 느껴지는 꽃과 초록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광경이라 굉장히 인상 깊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들이 있는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매우 짧았지만, 바다와 정원과 맛있는 음식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長崎水辺の森公園 (Nagasaki Seaside Park)




w_ A7R2, SEL85F14GM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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