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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린 Aug 14. 2021

번역가에게 필요한 번역 이외에 어떤 것들

                

오늘의 글쓰기는 블로그에서 발췌.


 누차 말하지만 나는 번역 실력이 무척 뛰어난 번역가가 아니다. 번역을 잘하고 잘 나서 책을 쓴 것도 아니고, 블로그에서 설치는 것도 아니며,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글을 쓴...... 그런 거창한 사람도 아니다. 그저 오지랖이 넓고 때때로 떠들기 좋아하는 사람이라 책을 쓰고 블로그에 번역 잡담을 늘어놓을 뿐이다. 그냥 내가 재밌으려고 번역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2013년부터 8년 넘게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해오면서 느꼈던 '번역가에게 필요한 번역 이외에 어떤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외국어나 한국어 실력을 제외한 요소들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사실 비슷한 이야기를 강의에서도, 책에서도, 아마도 블로그에서도 많이 다룬 것 같은데, 이 콘텐츠는 자기 복제를 안 한지 조금 되었으니 한 번 더 복제를 해본다. 아마 앞으로도 수없이 하겠지?


번역가에게 필요한 번역 이외의 어떤 것들.


- 시간 개념


번역가 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에서도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10분 쯤 늦게 납품할 수도 있지 뭐"라는 정신으로는 안된다. 이런 생각은 100번 정도 정시에 잘 보냈다가 딱 한 번 실수했을 때나 "10분 쯤 늦을 수 있지 뭐"라고 생각해도 괜찮지 않을까? 매번 납품할 때마다 2분, 3분씩 늦는 사람이 "3분 쯤 늦을 수 있지 뭐"라고 생각하는 건 위험한 일이라고 본다. 늦어도 납품 시간 1시간 전까지는 납품하는 걸 목표로 해보자.


- 가이드 잘 읽기


번역 의뢰가 왔을 때, 클라이언트가 보낸 번역 작업 가이드를 꼼꼼히 숙지하도록 하자. 번역 작업 가이드에는 쉼표는 어떻게 표시하라든지, 말투는 어떻게 처리하라든지, 고유명사는 어떻게 표기하라든지 등이 기재되어있다. 번역가는 이 가이드에 맞게 번역하여 납품할 책임이 있다. 가이드가 A4 1~2장이라면 거의 모든 사람이 잘 읽을 테지만, 10장에 달하는 번역 가이드도 종종 있다. 너무 가이드가 길다면서 다 읽기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번역가는 글을 읽는 직업이니 가이드조차 읽기 힘들어하면 안 된다.  프로젝트 내내 가이드를 옆에 두고 열심히 숙지하면서 작업을 진행하도록 하자.


- 컴퓨터를 자기 손바닥 안에 놓기


산업 번역가라면 적어도 윈도우 정도는 스스로 포맷하고 설치할 수 있는 컴퓨터 실력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참고로 윈도우 포맷과 설치는 20년 전에 비해 아주아주아주 간단해졌으니, 어려운 컴퓨터 능력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다. 그저, 내가 필요한 기능들을 컴퓨터에서 찾아 쓸 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똑똑한 컴퓨터를 못 다뤄서 비효율적인 노가다를 하는 것만은 피했으면 한다. 세상에는 정말 똑똑한 사람이 많아서, 우리가 원하는 기능을 컴퓨터로 쓸 수 있는 방법이 인터넷에 무척 많이 올라와있다. 컴퓨터 잘하는 사람들도 주변에 있을 것이다. 그저 당부하고 싶은 건, '못하니까 그냥 안 해야지'라며 포기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영원히 방법을 모른 채 나아가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 단축키 활용하기


나도 아직 많은 단축키를 사용하고 있진 않지만, 그래도 꽤 노력해보고 있는 부분이다. 


단축키가 얼마나 작업효율을 향상시켜 주는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속도 향상은 물론이고 마우스로 손을 옮길 때 흐트러지는 미세한 집중력까지 잡아주니, 단축키 활용은 번역 작업에 꽤 효과적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크롬을 이용해 웹페이지 상에서 번역 작업을 할 때, 네이버 사전으로 이동하려고 마우스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앞 뒤 탭에 네이버 사전을 띄워두고 Ctrl+PgUp 이나 Ctrl+PgDn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물론, 신중함을 요하는 작업을 할 때는 무리하게 익숙하지 않은 단축키를 사용하기 보다, 익숙한 단축키+작업에 더 집중하는 편이 당연히 낫다.



-자신의 분량 파악하기


자신이 하루에 할 수 있는 분량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물론 이 분량이라는 건 분야나 글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평균적인 분량 정도는 숙지해두면 앞으로의 의뢰를 받을 때 스케줄을 정하기 좋다. '어떻게 그걸 파악할 수 있냐'는 질문을 종종 받았는데, 무식하게도 나는, 오는 일들을 마다하지 않고 해보면서 부닥치다보니 '내가 이정도는 할 수 있구나'를 알게 됐다. 의뢰를 받기 전에 하루씩 날을 잡아, 여러 종류의 글들을 진득하게 앉아 번역하면서 측정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거 같다. 


-꾸준히 글쓰고 글읽기


독서를 겨우 해내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인풋과 아웃풋을 꾸준히 집어넣는 일도 필요하다고 본다. 잘 정리된 한국어 문장들을 머릿속에 집어 넣으면 번역할 때 나도 모르게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싶다. 번역이 아닌 그냥 글쓰기를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문장을 써내는 훈련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잘하고 못하고 보다는, 꾸준히 열심히 해보는 게 훨씬 중요할 것이다. 근데 이건 한국어 실력이랑 상관이 있는 건가(동공지진)


- 선그라스와 안경 잘닦기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이 시력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없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흑흑. 그래서 의사 선생님이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에 얘기했을때 시큰둥했나보다. 그래서 요새는 안경을 밖에 나갈 때 자외선 차단용으로 주로 쓰고 있다. 블루라이트+자외선 차단 겸용으로 만들어서. -_-;;; ... 선그라스와 안경은 중성 주방세제로 문지르고 흐르는 물에 닦아주는 게 좋다고하니 잘 닦고 다니자.



오늘의 글쓰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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