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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린 Aug 13. 2021

아침에 메일부터 확인하지 말란다


그리하여 미라클 모닝에서 모닝을 빼고 오늘 아침에는 미라클만 하는 중이다. 기적이 이렇게 쉬울 줄이야. 하하.


먼저, 일어나서 유튜브를 보고 스트레칭 겸 요가를 30분 했다. 어려운 요가가 아니라서 천천히 따라 하기에 좋았는데, 하드한 요가가 아니기에 잡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 그래도 일어나자 요가를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요가를 마치고 두유라떼와 딱딱이 복숭아를 깎아 먹으며 계속 읽고 있는 <루틴의 힘>을 2 챕터 읽었다. 매일 최소 2 챕터씩 읽으려 노력하고 있다. 왜 하필 2 챕터냐고 묻는다면, 돌돌콩 님의 유튜브에서 칼 뉴포트(딥 워크, 하이브 마인드, 열정의 배신의 저자)가 하루에 2 챕터씩만 읽으면 매일 독서습관을 들이기 쉽다고 말했으니까. 실제로 최소 2 챕터를 읽고 내키면 더 읽는 식으로 3일을 유지하고 있는데, <루틴의 힘>이 두껍지 않고 챕터가 많은 책이라서 그런가,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이라 매일 달성하며 잘 읽고 있다. 허들이 낮은 덕분에 성취감도 획득.

그리고 이렇게 오늘도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매일매일 글을 쓰는 게 내게는 너무 힘든 일처럼 느껴졌는데, 3일이나 연속으로 쓰고 있다니.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아주 잘하고 있어. 사실 내가 이렇게 3일 연속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는, 미라클을 실천한 지 3일밖에 안 됐으며, 3일 만에 포기하면 인터넷 상의 나의 자아의 체면이 서지 않아서 그런 것도 물론 있다. 하지만 <루틴의 힘>에서 발견한 문장을 실천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는 거 같다.


일단 내가 몇 년 전에 사서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새삼스레 지금 다시 읽고 있는 <루틴의 힘>은, 세스 고딘, 칼 뉴포트, 댄 애리얼리 등의 노련한 사상가와 창작자들의 글을 한 챕터씩 할당하여, 탄탄한 일상 구축 방법, 집중력 발휘 방법, 창의력 단련 방법, 일상 도구 관리 방법 등에 대해 다루는 책이다. 사실 위에 나열한 저자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가나 학자가 자기 관리나 시간 관리, 집중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모아둔 책이라고 이해하면 쉬울 거 같다. 그리고 3일 전부터 책을 읽을 때마다 종종 튀어나오는 문장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아침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으면 이메일부터 확인하지 마라"


였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아침에는 이메일부터 확인하는 삶을 살아온 내게, 이 문장은 꽤 신선했다. 업무 첫머리에 이메일부터 확인하지 말라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에 하나는 이런 구절이었다.


<하루 업무를 시작하려는데 이메일이 넘쳐 나고 음성 메시지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으며, 지난번 회의의 후속 절차가 쌓여 있으면 "우선 자잘한 것들을 정리하고 보자"라는 유혹이 생긴다. 일을 그때그때 해 놓으면 집중하기가 더 수월해진다고 스스로 다독이면서 말이다. 이런 일 처리 방식의 문제점은 하루 중 황금 시간을 다른 사람의 우선순위를 처리하면서 보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 내 일을 해야겠다 싶으면 어느새 오후 3~4시다. 기운은 다 빠지고 두뇌 회전 속도는 느려진 상태다. "뭐 내일은 좀 더 나아지겠지."라고 혼잣말로 위로한다. 그러나 내일이 되면 또 다른 이메일과 전화, 해야 할 일들이 쌓인다.> 

- <루틴의 힘>, p.31~32-


이런 구절과 함께, 창의적 업무를 먼저 하고 대응적 업무는 나중에 하라는 내용이 이어졌다. 사실 그렇다. 나는 브런치 글쓰기를 꾸준히 하자, 어떻게든 블로그에 글을 매일 써보자라는 생각을 1년 전부터 해왔는데, 실제로는 실천하지 않았다. 그야, 매일 아침 일어나서 이메일을 확인하고, 어제 하다만 번역을 하거나 오늘 납품 예정인 번역일을 처리하다 보면 지쳐서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미뤄져 갔다. 브런치를 꾸준히 쓰면 강의나 책 출간 기회를 기대할 수 있다고 들어 꾸준히 쓰자고 생각했는데, 이대로라면 장기적인 목표가 아닌 단기적인 목표만 달성하며 매일매일 마감만 끝내는 삶만 지속되는 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3일 동안, <루틴의 힘>의 내용에 따라 과감하게 이메일 먼저 확인하지 않고 책상에 앉자마자 글부터 써보는 중이다. 일 한 건 한 건이 소중한 프리랜서로서 꽤 과감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어제는 집안 행사(?)가 있어서 아침에 글을 작성하진 않았지만, 책상에 처음 앉자마자 글부터 썼다. 생각해보니, 공교롭게도 오전 11시 이전에 업무 의뢰가 오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던 거 같기도 하다. 앞으로 시행착오를 거치며 조정할 수 있겠지만, 여하튼 지금까지는 3일 연속 글을 쓰는 데 성공했다. 메일이나 번역을 먼저 하는 게 아니라 글을 먼저 쓴다고 해서 번역 납품을 못 지키진 않을 거 같다는 느낌도 좀 있었기에 실천할 수 있었다.

 부작용은 물론 있다. 지금도 메일함을 확인해서 빨리 답장을 하고 싶어 근질근질하다. OO 메일에는 ~~~라고 답장해야지,라고 혼자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도 해본다. 하지만 일단 참는다. 글을 쓰고 메일을 확인하면 글과 메일이 남지만, 메일을 쓰고 글을 쓰려고 하면 메일 밖에 남지 않으며 글을 못 쓸 확률이 높다. 그러니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메일이 궁금한 마음을 조금 눌러본다.


이 글쓰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영원히, 계속 지속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 의지가 강한 사람이었다며 지금쯤 변호사나 의사, 건물주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해보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끝까지 영원히 계속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해보는 데까지 해보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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