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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린 Oct 10. 2021

아홉 권의 오디오북을 들었다

윌라 오디오북 추천


     윌라 오디오북을 들은 지 3개월째(8월 말~10월 초). 김혜수 님의 광고를 봤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Z플립3를 구매 후 3개월 무료 이용 혜택을 얻어 신나게 듣고 있다.

 지금까지 이용해본 소감을 말해보자면, "그럭저럭 괜찮다". 별 5개 중에 4.3개 정도를 줄 수 있겠다. 그야, 독서량이 정말 눈에 띄게 늘어났거든. 최근 약 40일간 나는 무려 9권의 오디오북을 들었다.

 오디오북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글자를 읽는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점과 그냥 글을 읽을 때보다 전문 성우의 낭독과 연기 덕분에 실감 나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일 거 같다. 상황에 맞는 효과음과 배경음악까지 살짝 깔려있으니 흡인력이 절로 생겨난다. 나는 라섹 수술 이후 눈 관리에 무척 신경을 쓰는 편인데, 예전에는 눈을 쉬게 할 때 오디오 클립 앱을 이용하긴 했지만, 신중히 오디오북을 골라 결제해도 실패하는 케이스가 종종 있어 돈을 날리기도 했다. 윌라는 구독형 서비스라 책을 듣다가 마음에 안 들어도 금방 다른 책으로 갈아탈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없었다. 아직까지는 윌라가 참 좋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없진 않은데, 책 권수가 좀 적은 것이 아쉽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비롯한 추리, 스릴러 작가들의 소설이 많던데 스릴러 소설을 그렇게 즐기지 않는 나는 '추리소설 말고 뭐 없나'라며 자체 필터링으로 소설을 고르고 있더라. 나중에 소설 코너 내에서 장르별 필터링이 가능할 정도로 권수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그러려면 회사가 성장해야겠지만.... 간혹 운전을 하거나 딴짓을 하며 듣거나 자기 전에 들으면 내용을 놓치는 부분이 생기는데, 정말 재밌는 소설이라면 되감기 해서 듣곤 하지만 그냥 그런 소설은 놓쳐도 그냥 계속 듣게 되더라. 어떻게 생각하면 독서의 밀도가 떨어진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러나저러나 끝까지 듣는 것에 의의를 둔다면 별문제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윌라에서 읽은 책들의 감상을 짧게 남겨보려고 한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유명한 김초엽 님의 단편 소설집. 워낙 유명해서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정작 읽어본 적은 없어서 제일 먼저 들어보았다. 개인적으로 맨 처음에 나오는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단편을 빼고는 다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두 단편이 재미없었던 이유는 잘 모르겠다.


 <고양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이다. 한창 엄마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좋아했을 때 집에 이 아저씨 책을 많이 사두셨다. 그래서 나도 <신>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났다. 결말에 '이게 뭐야?'라며 허탈해했지만.

 어쨌든 그 이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은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음........

일단 주인공 1인칭 시점으로 소설이 전개되며 주인공이 고양이다. 바스테트라는 암고양이인데 매우 귀엽다.  ...위 설명으로 충분한 소설이다. 그래, 귀여우면 됐지 뭐...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읽으면서 계속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화가 된다고 한다. 사실 도입부부터 이야기가 뻔하게 흘러갈 거라는 걸 알았다. "아 이거 나중에 ~~~이렇게 끝날 거 같네"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렇게 끝났다. 작가는 나름 독자들에게 교훈을 주려고 노력한 한 듯한 느낌이 드는데, 너무 뻔해서 교훈이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뻔한 맛은 보증된 맛이기도 하다는 것. 그냥 킬링타임용으로 괜찮았다.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현재 내 마음속 스코어 1위. 윌라에서 제일 재밌게 읽었다. 프랜시스라는 52세의 소설가를 비롯한 9명의 사람들이 '평온의 집'이라는 건강휴양지에 모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힐링물인 줄 알았는데 갈수록 스릴러 느낌이 난다. 스토리 자체는 무척 흥미진진했다. 마치 미드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인물별 서사와 심리 묘사가 좋았는데, 프랜시스의 직업이 로맨스 소설 작가라는 점도 어쩐지 마음에 들었다.



<불안한 사람들>

 처음에 이 책을 들을 땐 인내심이 좀 필요했다. '이 사람들 말하는 게 왜 이렇게 싸가지가 없고 답답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다 듣고 보니 답답하게 말한 이유가 있었네요~'라는 리뷰가 있길래 그 리뷰를 믿고 계속 들었다. 답답하게 말한 이유가 정말 나오긴 나오는데, 설득력 있게 느껴지진 않았다. 사실, 그 이유가 나올 때까지 들어보자~하면서 계속 듣다 보니까 인물들의 말투에 묘하게 익숙해져서 끝까지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흥미롭지도 않았는데 재미가 없지도 않았다. 분명한 건 이 책 이후에 나는 프레데릭 배크만의 소설을 또 찾아 읽었다는 것이다. 묘한 소설이었다...  


<루거 총을 든 할머니>

책 끝을 접다라는 광고를 통해 여러 번 제목을 본 소설이라 듣기 시작했다.

100살이 넘은 할머니가 어떤 사연으로 이웃에게 총을 겨눠 경찰에게 조사를 받게 된다. 그리고 할머니네 집 지하실에 시체가 n구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할머니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시체들이 누구이며 왜 지하실에 시체가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자극적인 내용이 포함된 소설이다.

 초반에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이야기가 진행됐는데, 후반부에는 음... '굳이 그 사람까지 지하실에?'라는 생각이 들더라. 재미는 있었지만 후반부가 약한 느낌이 들었다.

<연애의 행방>

히가시노 게이고의 로맨틱 코미디.

스키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커플의 연애 이야기이다.

예전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그럭저럭 잘 읽었는데, 어쩐지 비슷한 느낌이라 어느 순간부터 안 읽게 되었다.  하지만 <연애의 행방>은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니 한번 들어보았다.

일단 일본 특유의 연애관...이라고 해야 하나 이 인물들의 연애관이라고 해야 하나. 구시대적인 연애관이 묻어있는 책이다. 이 책의 연애관대로라면 바람 정도는 별것 아닌 일인 거 같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킬링타임용으로 들었다.



<분리된 기억의 세계>

어느 날, 모든 사람의 기억이 10분마다 사라지기 시작한다. 인류는 더 이상 장기기억을 할 수 없게 된다.

SF소설이라는 걸 모르고 시작했는데 SF소설이었다. 이 소설도 <불안한 사람들>처럼 처음에는 조금 인내가 필요하다. 살짝 답답하거든. 하지만 1막이 끝나고 2막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정말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기억'이 과연 나라는 사람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지, 그렇다면 영혼은 무엇인지, 기억이 없는 육신은 나라고 할 수 있는지 등을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잘 풀어준다. 내 마음속 스코어 2위.

   


<브릿마리, 여기 있다>

남편과 헤어진 브릿마리라는 52세의 여성은 어느 날 '주방에서 쓰러져 홀로 자연사한 사람'의 기사를 읽는다.

그리고 자신이 죽으면 아무도 모를 거라는 생각에 취업센터에 찾아가 일자리를 구한다. 그리고 보르그라는 작은 마을로 가게 되는데...


너무나도 당연하고 당당하게 교양인의 소양을 논하는 브릿마리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거부감을 느꼈다. 그리고 '과연 이 사람이 바뀔 수 있을까'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좀 바뀌었다고 해야 하나? 크게 흥미롭진 않지만 담담하게 들을만하다.




-윌라 오디오북 후기 끝-


이렇게 9권을 듣고 지금은 어떤 소설을 들을까 방황 중이다.

빨리 정착해서 새로운 소설을 또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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