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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재천 Oct 12. 2021

연어의  사랑 - 2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눈 맑은 연어!

그녀는 투명한 보호막 너머로

거칠게 숨을 몰아 쉬면서 세찬 물살로 지친 기색이 역력한 엄마 연어에게 물어보았다.

“엄마! 엄마는 왜 우리가 다 자라나기도 전에 우리 곁을 떠나야만 하나요?”


그녀에게

“연어는 자기애(自己愛, Narcissism)'의 발로로 성(性)선택과 자연(삶과 죽음)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존재다”라고 엄마는 말했다.


“삶과 죽음은 같은 성질의 것이되 서로 양 끝에 있음으로써 상반된 개념을 바라볼 뿐이다”는 말을 남기고 마지막 물거품을 그녀에게 건네주고 물결 사이로 멀어져 갔다.


그녀는 그 말씀이

물거품때문에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너무 슬프고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보호막 너머로 멀어져 간 엄마의 얼굴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을 보면 그녀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 두려움을 떨쳐내려는 듯 다시 한번 몸을 부르르 떨었다.


큰 바다를 건너

고향 강물이 온몸을 감쌀 때 갈색 줄무늬 연어 '피데스(Fides, 믿음)'가

“우리 고향에는 옛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로 삶과 죽음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우리 연어들의 삶 속에 공존하고 있어”라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엄마, 아빠가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우리 안에 영원히 함께 살아있기 때문이야.“


“가을이

깊어가는 것을, 우리 몸이 선홍색으로 변하고 있는 것을 몸이 먼저 알고 있는 것처럼... 

눈 맑은 연어야! '네가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엄마도 너를 사무치게 사랑하고 있다’는 바로 그 증거야~“


(지나친

네 마음이, 네 사랑이 네 몸 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줄무늬 연어 피데스의 혼잣말이 물방울이 되어 흩어졌다. 


그녀는

온 몸이 부서지게 자갈을 걷어내고 있는 피데스 연어를 상기된 얼굴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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