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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이별 노래가 다 내 이야기 같아서

009. Sam smith - I'm not the only one

by 비잉벨



I know I'm not the only one.
(내가 당신의 단 한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

한국인은 이별 노래를 참 좋아한다. 여보세요 나야 거기 잘 지내니- 가사만 봐도 소주 냄새가 풍기는 지독한 실연의 슬픔이 묻은 노래에 다같이 투명 마이크를 쥐고 눈을 질끈 감고서는 고래고래 떼창을 한다. 그러고선 노래 참 좋다며 다들 즐거워한다. 자세히 보면 얼굴에 미소도 있다. 무슨 사디즘적인 취향인지 모르겠다.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샘 스미스는 2014년 발표한 < I'm not the only one>로 이런 한국인의 이별 감성을 저격한다. 같은 해 멜론 차트 연간 1위는 MC.THE MAX의 <그대가 분다>. 역시 어마어마하게 몰아치는 끝난 사랑의 아픔을 담은 곡이다. <I'm not the only one>의 가사가 만들어질 때 창작진의 지인 중 어느 부부가 한 사람의 외도로 헤어지게 된 이야기를 참고했다고 한다. 불륜으로 파국을 맞은 결혼 이야기로 MZ세대에게 가장 잘 알려진 콘텐츠는 아마 2020년 방영된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일 것이다. 일과 사랑 모두 완벽히 성취한 여성처럼 보였던 지선우(김희애 분)가 남편 이태오(박해준 분)의 불륜을 알게 되고 무너지는 과정을 보며 우리는 안방에서 다같이 가슴을 쳤다. '불륜', '바람', 보기만 해도 차갑고 못생긴 이 단어와 맞닥뜨리면 핑크빛으로 말랑말랑했던 '사랑'이라는 단어에 생채기가 난다. 남의 일도 내 일인양 속이 쓰리고 돌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진다. 인간의 공감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상황은 바로 누군가가 겪는 사랑의 고통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가 그렇게 이별 노래를 좋아하나 보다. 그 마음을 너무 알아서, 다 내 이야기 같아서.



정확히 이런 감성의 노래다.

데뷔 초 '남자 아델' 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던 샘 스미스의 절절하면서도 담백한 보컬로 연기하듯 풀어내는 이 노래는 빌보드보다 유난히 한국에서 더 큰 사랑을 받았다. "You say I am crazy"라는 비교적 쉬운 영어 문장으로 구성된, 샘의 매력적인 가성의 고음으로 시작되는 후렴구가 귀에 꽂힌다.

데뷔 전 일찍이 게이로 커밍아웃한 샘은 (훗날 논바이너리로 자신의 젠더 정체성을 재정의한다) 비교적 이른 성공으로 자유롭고 솔직하게 자신만의 음악생활을 펼쳤다. 그는 이 곡이 수록된 앨범 <In the lonely hour>로 2015년 그래미어워드에서 본상 3개 영역(RECORD OF THE YEAR, SONG OF THE YEAR, BEST NEW ARTIST)을 휩쓸며 수상소감으로 나와 헤어져 준 남자친구 덕분에 이 앨범을 만들 수 있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샘 스미스의 내한공연은 2018년 9월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졌다. 2만 관중이 목소리를 모아 부른 < I'm not the only one> 떼창은 현장에 있던 이들 모두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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