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 Let It Go (겨울왕국 OST)
현실에 없는 동화같은 사랑을 알려 준 디즈니에게 속아서 화가 났던 (Salem ilese - Mad at Disney) 성인이 된 MZ세대. 우리가 보고 자란 디즈니 프린세스는 이름만 들어도 참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오로라, 아리엘, 자스민, 벨, 뮬란을 넘어 2014년 겨울, 마침내 우리는 엘사를 만났다.
(*TMI* SNS ID로 쓰는 beingbelle의 belle은 '미녀와 야수' 벨에서 따온 것. 최애입니다)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The Snow Queen)> 모티브로 탄생한 <겨울 왕국(Frozen)>의 엘사는 그간 디즈니 빌런의 전유물이었던 강한 마법을 쓰는 프린세스였고, 또한 남성과 사랑에 빠지지 않는 최초의 프린세스였다. 엘사는 선배(?)들이 그랬듯 세상에게 애써 구원의 손을 내밀지도 않았다. 오히려 두려운 존재가 된 자신을 격리시키기 위해 마음의 문을 걸어잠그다 못해 얼려버린다. 그리고는 눈 덮인 산에 올라 얼음 궁전의 첨탑을 만들어내며 바로 그 노래를 부른다. Let It Go!
국내에 잘 알려진 팝스타가 부른 노래도 아닌 애니메이션 OST 원곡이 당시 멜론차트 1위라는 상징적인 기록을 세웠다.쉬운 발음 (렛잇고)가 반복되고 한국인이 사랑해 마지않는 고음 클라이막스까지 들어있으니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렛잇고에 빠졌다. 애니메이션 최초로 국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렛잇고는 최고의 히트송이 되었다. 노래는 엘사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전설적인 브로드웨이 스타 이디나 멘젤이 불렀다. 뮤지컬 <위키드>의 엘파바, 뮤지컬 영화 <렌트>의 모린, 뮤지컬 드라마 시리즈 <글리> 특별 출연 등으로 어렴풋이 알고 있던 배우였다. 우연인지, 계획된 캐스팅인지 알 수 없지만 한국어 버전도 렛잇고도 <위키드> 한국 라이선스 공연의 엘파바를 연기했던 뮤지컬 배우 박혜나가 불렀다.
나의 90년대는 온통 디즈니였다. 집에서 테잎이 늘어날 때까지 <알라딘>과 <미녀와 야수> 비디오를 돌려 보고, 어두운 극장에서 엄마에게 칭얼거리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뮬란>을 봤다. <겨울왕국>이 개봉한 2014년, 어른이 된 디즈니키즈로서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환영하며 나름의 경건한 마음으로 혼자 영화를 보러 갔었다. 렛잇고 시퀀스가 시작될 때 소름 돋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드디어 프린세스가 혼자서도 할 수 있구나. 문을 여는 것도 닫는 것도 내 맘이라고 표현할 수 있구나. 삶을 통제하고 정의할 수 있구나. 저렇게 차갑고 날카로운 얼음 속에서도 내가 행복하다면 그게 바로 눈부신 자유구나. 저렇게도 자유로울 수 있구나. 그렇게 그 해 겨울은 온통 'Let It go'였다. 극장에 몇 번을 갔는지 모르겠다. 엘사는 내가 평생을 기다려 온 프린세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