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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톨로지 Mar 03. 2017

뱃살과 스트레스의 과학적 상관관계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솔'은 왜 우리를 살찌게 하는가  

우리는 스트레스를 정신적인 걸로 받아들이지만,

스트레스는 본질적으로몸의 문제다.

시계를 뒤로 돌려 스트레스가 처음 태어난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리는 처절한 생존의 현장을 마주하게된다.

여기에는 과중한 학업이나 상사의 잔소리 같은 게 없다.

다만먹고 먹히는 자연의 법칙만이 존재한다.

스트레스는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바로 생존에 대한 위협이다.




늑대 떼에게 쫓겨 좁은 바위 틈에 며칠씩 머물러야 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자.

바위틈은 너무 좁아서 늑대의 아가리는 들어올 수 있지만

몸이 들어오지는 않는다.

한 발자국만 발을 내밀면늑대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늑대가 밖에서 어슬렁거리는 것이보인다.

자연히 바위 틈에 갇힌 사람은 제대로 먹지도 못할 것이고,

언제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며 잠이 옅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굶주림을 참지 못하거나 겁 없이밖으로 나간 사람은 늑대에게 죽임을 당했을 것이고,

그렇지 않고 충분히 기다릴 수 있었던 사람은 살아남아자손을 남겼을 것이다.


현시대의 인류는 더 이상 맹수의 추격을 받지 않지만,

먹고 먹히는자연의 굴레에서 유전자 레벨에 박힌 생존에 대한 갈망은

윗사람의 갈굼이나 야근 같은 것을 모두 생명을 위협받는 자극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여기에는 일명 ‘스트레스 호르몬’으로알려진 코티솔이 관여한다.

스트레스를받으면 분비되기에 붙여진 별명인데,

문제는 코티솔로 일어나는 반응이

하나같이 인류가 생존을 위협받을때 필요한 반응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가장 특징적인 반응은 혈당을 높이는 것이다.

생존이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뭔가를 먹기 힘들기에 혈당을 높일 필요가 있다.

포도당을 먹는 뇌를 풀가동해 도망갈 방법을 궁리하고,

근육에서 빨리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 도망가거나 싸우기 수월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혈당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료가 필요하다.

근육과 간에저장된 탄수화물인 글리코겐을 재료로 쓸 수 있지만 양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코티솔은 근육을 분해한다.


우리 몸의 근육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효율을 추구하는몸의 입장에서는 많아 봐야 쓸모가 없다.

특별히 근력운동을 하지 않는 이상 근육이 크지 않는 건 그때문이다.

그런데 몸의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굳이 에너지 소모가 많은 근육을 남겨둘 필요가없다.

따라서 몸은 근육을 이루고 있는 단백질을 분해해 에너지로 쓰게 된다.

근육이 크든 작든 간에 도망갈 정도만 남아 있으면 되니까 최소한의 근육만을 남겨두려 하는 것이다.

 반면 근육을 분해해서 나온 에너지를 그냥 버리면 안 되니까 지방 축적은 더 쉽게 만든다.

특히나 몸의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몸 중심에 지방을 쌓아 열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게 한다.

즉, 뱃살이 쌓인다는 뜻이다.


경계를 하고 있지 않으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깊은 잠에 빠지는 건 자살행위나 다를 바가 없으므로,

 코티솔은 잠을 깨게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코티솔은 기상시간 직전에급격히 치솟는데,

이것은 정해진 시간에 잠을 보다 쉽게 깨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는 건 누구에게나 짜증나는 일이다.

코티솔은바로 이러한 짜증에도 관여한다.


스트레스의 종류와 상관없이 코티솔이 분비되면 이러한 반응이 동시에 일어난다.

불행히도굶는 것은 코티솔을 증가시키는 스트레스의 하나로 작용한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굶는다는 건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다는 뜻이고,

지금처럼 풍요롭지않았던 100만 년 전에는 에너지가 고갈되다 보면 금방 죽는 게 당연했다.

인류가 오랜 굶주림에도 버틸 수 있게 한 코티솔이 근육을 갉아먹고 지방을 쌓기 쉽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은,

다이어트가 필요한 우리가 코티솔을 통제해야 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하지만코티솔의 패악질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스트레스 상황이 끝난 뒤에 코티솔 때문에 생긴 여러 가지반응들이

우리의 다이어트를 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인슐린이다. 코티솔은 혈당이 모자랄까봐 당분을만들게끔 했지만,

인슐린 시스템은 생존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혈당에만 관심이 있다.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내 알 바 아니라고 생각하는 인슐린은,

잠시잠깐씩치솟는 혈당을 제깍제깍 내려 버린다.

만일 석기시대처럼 먹을 것 하나 없이 바위 틈에 갇혀 있어야 하는상황이라면

 인슐린 때문에 혈당이 내려가도 어쩔 수 없었겠지만,

지금의 인류는 먹을 게 풍족해서 이 덫에걸리게 된다.

내려간 혈당 때문에 짜증이 치밀고, 자꾸만음식 생각이 나는 것이다.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도 빼놓을 수 없다.

식욕에 관여하는 인자는여럿이 있지만,

코티솔과 관련된 대표적인 호르몬이 바로 렙틴과 NPY다.

렙틴은 지방세포에서 나오는 호르몬으로서 식욕을 억제한다.

그러나먹은 것과 상관없이 코티솔에 의해 일시적으로 급격히 혈당이 올라가도 마찬가지로 렙틴이 분비된다.[i]그렇게 되면 몸은 더 이상 렙틴을 믿지 못한다.

실제로 비만인 사람들이 식욕을 통제하지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방세포에서 충분한 양의 렙틴이 나와도 이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이는끊임없는 렙틴의 자극에 뇌의 식욕중추가 둔감해졌기 때문이다.[ii]


NPY라는 물질은 인슐린과 렙틴의 조절에 마침표를 찍는다.

NPY는 렙틴과 반대로 식욕을 늘리는 역할을 하는데,

반복되는 스트레스에는물론이거니와 고칼로리 식단은 오히려 NPY의 분비를 늘려 식욕을 촉진한다.[iii]

게다가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고 렙틴 수용체를 변형시키는 효과까지 있다.[iv]

즉, 똑같은 양의 인슐린과 렙틴이 나와도 몸이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호르몬의 효과에 더해, 스트레스를 참으려는 태도는 오히려뇌의 보상중추를 활성화시킨다.

과도한 업무가 됐건 음식이 됐건 간에,일단 ‘참아야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뇌는인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v]섹스와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이다.

 호르몬이 일으킨 식욕과 보상회로의 명령이 맞물리면 걷잡을수 없는 식욕의 폭풍이 밀어닥치게 되고,

이는 결국 폭식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섭취한 칼로리는 당연히 살로 갈 수밖에 없다.


원하지도 않는데 지방을 붙이는 몸의 본능은,

다이어트를 하는 우리에게아무 쓸모가 없다.

이러한 몸의 본능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는 사건의 발단인 코티솔의 발동을 끊는 것이중요하다.

즉,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

물론 다이어트라는 건 몸이 걸어온 진화의 방향과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받을 수밖에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이미 충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므로.


지독한 굶주림을 버텨 가면서,

하기 싫은 운동을 억지로 하면서 굳이 필요없는 스트레스까지 찾아서 받는다면

당신의 다이어트는 언제 뱃살로 변할지모르는 시한폭탄이 되어버릴 것이다.


      

[i] Edith Grosbelleta et al., <Leptin modulates the dailyrhythmicity of blood glucose.> ChronobiologyInternational Vol.32(5), 2015, pp. 637-649.

[ii] Stine-Mathilde Dalskov et al., <The Role of Leptin and OtherHormones Related to Bone Metabolism and Appetite Regulation as Determinants ofGain in Body Fat and Fat-Free Mass in 8–11-Year-Old Children> The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Metabolism Vol.100(3), 2014, pp. 1196-1205.

[iii] Lydia E. Cuo et al., <Neuropeptide Y acts directly in theperiphery on fat tissue and mediates stress-induced obesity and metabolicsyndrome.> Nature Medicine Vol.13(7),2007, pp.803-811.

[iv] Simon Dryden et al., <Increased neuropeptide Y secretion in thehypothalamic paraventricular nucleus of obese (fa/fa) Zucker rats.> Brain Research Vol.690(2), 1995,pp.185-188.

[v] Tanja Adam and Elissa Epel, <Stress, Eating, and the RewardSystem> Physiology & Behavior Vol.91(4), 2007, pp. 449-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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