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문화를 가꾸는 9가지 약속

어느 아기 엄마의 꿈

by 연필
하나. 텔레비전을 끄고 책을 읽어 주세요.
둘. 학급 문고를 좋은 책으로 바꿔 주세요.
셋. 커피타임에 책모임을 가져요.
넷. 학교도서관 자원활동에 참여해요.
다섯. 학원을 줄이고 뒹굴거릴 시간을 주세요.
여섯.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놀러 가요.
일곱. 책은 읽을 사람이 보고 골라요.
여덟. 스마트폰의 바른 사용법을 알려 주세요.
아홉. 동네책방에 단골이 되어 주세요.


근 10년 전, 100일 된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도서연구회> 모임에 가서 받은 책자 속에

'책 읽는 문화를 가꾸는 9가지 약속'이 담겨있었다.


훈훈한 기운이 도는 작은 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줌마들 사이를

이리저리 비집고 기어 다니는 딸아이를 보며

'나도 우리 집에 이런 문화를 만들고 싶다...'하는

소망을 가졌다.




옹알거릴 줄만 알았던 아기는

어느새 훌쩍 커서

제법 또랑또랑하게 자기 생각을 말할 줄 아는

영민한 소녀로 자랐다.


그 사이 나는

아이를 재워 놓은 후에, 아이가 일어나기 전에

틈틈이 책을 읽었고,


동네 도서관에서 책 읽어주기와

독서 모임 자원 활동을 하고,


때로는 좋은 책을 아이 손에 쥐여주기 위해

멀리 있는 동네 책방까지 찾아가기도 했다.


책과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오래간 작은 책모임을 하고,

아이와는 학원보다 도서관 갈 궁리를

더 자주 하며,

함께 도서관 마룻바닥에 나란히 앉아

책장을 넘기며 시간을 보냈다.


책은 늘 아이가 직접 고르게 했다.

좋다는 책, 재밌다는 작품을 알게 되면

파랑새를 만난 것처럼

기쁜 마음으로 전하긴 했지만


결국 그 책을 선택하고 끝까지 읽을지 결정하는 건

아이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아이가 책을 선물 받을 때면

서점 책꽂이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고른 책을

마치 보물인 양 품에 안고 돌아오던 그 모습을

나는 잊지 못한다.




오늘 우연히 책장 속에 끼어있던

<어린이도서연구회> 책자를 실수로 꺼내어

거실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아 두었다.


일을 하느라 컴퓨터 모니터에 몰두하고 있던 내게

딸 아이가 대뜸 이렇게 말했다.


"이거 다 엄마가 하는 거네?"

"응? 뭘?"

"여기 써있는 거 말이야. 아홉 개 다 엄마가 하고 있는 거잖아."


아이는 책자를 집어 들고

내가 있는 책상 맞은편 자리까지 걸어와

보여주었다.


<책 읽는 문화를 가꾸는 9가지 약속>


지난 10년간 잊고 있었던

하지만 가슴 어딘가에 숨어있었던

반드시 이루고 싶었던 약속들.


다른 누구보다

딸아이에게는 꼭 인정받고 싶었던

내 작은 꿈이 생각 났다.

'아이와 함께 책 읽는 엄마 되기.'


"다 엄마가 하는 거네."

당연스레 툭 던지는 딸아이의 한 마디에

이상하게도 형언하기 어려운 깊은 감동이 밀려온다.


'지난 10년간 잘 해왔으니, 앞으로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도

계속해서 잘 지켜나가고 싶다'하는

조용한 다짐이 다시 꿈이 되어

내 가슴 안으로 쏙 들어간다.


책 읽고 글쓰기

딱 좋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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