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결
9. 우리는 다시 미로에 있다.
9.1. 지금까지의 논의를 간략히 정리해보자.
9.1.1. …는 …다. 이것은 어떤 구체적인 인지이다.
9.1.2. <…는 …다>. 이것은 인지의 형식이다. <> 기호의 정의를 상기해보자.
9.1.3. …는 …다, 는 …다. 이것은 어떤 구체적인 알아차림이다. 알아차림은 인지에 대한 인지, 다시 말해 재귀적 인지이다.
9.1.4. <…는 …다, 는 …다>. 이것은 알아차림의 형식이다.
9.1.5. <…는 …다, 는 …다, …>. 이것은 보다 일반화된 알아차림의 형식이다(재귀-재귀).
9.1.6. {…는 …다}. 이것은 무엇에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이다.
9.1.7. <…는 …다, 는 …다, …>{는 …다}. 이것은 (일반화된) 알아차림의 형식에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이다.
9.1.8. 스테레오그램에 숨겨져 있는 의미, 질서를 보기 위해서는 초점을 멀리 두어야 한다. 스테레오그램에 숨겨져 있는 그림은 직접 보기 전에는 완전히 이해될 수 없으며, 한번 보이고 나면 그 모습이 명료하여 어떻게 보지 못했는지 의문하게 된다.
9.1.8.1. 우리의 직관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직관하기 위해서는 초점을 멀리에 두어야 한다. 스테레오그램을 눈이 충혈되도록 들여보아도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숨겨진 그림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우리가 ”직관하고야 말겠다“라는 강력한 의지를 가진다고 해서 직관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다.
9.1.8.2. 명상을 하듯이 한다.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생각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 이와 같은 무한한 구조가 있음을 이해하고, 그 이해에 초점을 맞춘다. 직관하겠다는 마음, 문제를 풀어내겠다는 마음, 이것저것을 성취하겠다는 마음, … 이런 것들이 없어져야 한다.
9.1.8.2.1. 거칠게 말해 의지가 없어져야 한다(이것은 왜 거칠게 표현되었다는 것인가? 의지가 없어져야 한다, 라는 말은 의지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이해는 잘못이다).
9.2. 우리는 멍한 사람처럼 알아차림의 형식에 초점을 맞춘다. 이제 우리는 미로 안에서 미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미로 위에서 미로를 푼다. 우리는 2차원의 스테레오그램에서 3차원의 의미를 보아내는 것처럼, 상위 차원에서 하위 차원을 관찰하는 것처럼 미로를 푼다.
9.2.1. 우리가 미로 위에서 미로를 푼다고 해서 모든 미로를 쉽게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미로 안에서 미로를 푸는 것보다 쉽고 편안하다.
9.2.2. 한편으로 우리는 더 이상 미로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강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