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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솔이제철 Nov 13. 2022

4/ 여행 중 별안간 쓰러지면

직장을 그만두고 스페인 여행길에 오른 30대 딸, 은퇴 후 인생 후반전을 시작하는 부모님과의 140일간 산티아고 순례 배낭여행을 기록합니다.




순례길 루트는 중간중간 큰 도시를 기점으로 연결되어 있다. 시골 동네라고 할 수 있는 작은 마을을 며칠간 걷다가 큰 도시를 만나는 패턴인데, 의외로 큰 도시에 들어가고 나올 때 가장 길을 잃기 쉽다. 일단 건물이 많고 보행자 도로와 차로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노란 화살표를 찾는 시선이 분산된다. 까미노 안정권에 들 때까지는 주의를 놓지 않고 두리번거리면서 제 길을 잘 따라가야 한다.  


아빠는 구글지도 입문자이다. 그래도 도시를 잘 나올 수 있다


세비야에서 나올 때도 한참을 헤맸다. 길이 아닌 곳으로 올려 보내는 것 같고 이 길이 맞나 의심이 든다. 이럴 땐 어떻게? 구글 신을 꺼내는 거다. 구글 지도가 가리키는 방향에 맞춰 조금만 걷다 보면 확실한 노란 화살표를 만날 수 있다.(적어도 반대 방향으로 가는 실수는 안 할 수 있다)



이렇게 한 시간 가량 도시에서 빠져나오면 점점 길이 하나둘씩 줄고, 나무가 많아지고,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럼 잘 나왔다는 소리다. 이제부터는 별별 길과 풍경을 만나 즐기며(혹은 인내하며, 사색하며, 멍 때리며) 걷는 시간이다.


발바닥 물집을 치료한다.


하지만 세상 아름다운 광경도 내 몸이 편치 않으면 눈에 안 들어온다. 나는 벌써부터 발이 아프기 시작했다. 발에 물집이 잡힌 것이다. 잠깐 앉아 쉬기로 했다. 바위에 걸터앉아 발상태도 확인하면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어지러웠다. 눈앞의 시야가 조금씩 흐려지더니, 그 후 찰나의 기억이 없다. 앞으로 쓰러진 것 같다. 나를 눕히는 엄마 아빠의 소리가 들렸다.



정신이 들고, 식은땀을 식히는 중


바람에 식은땀이 마르고 차차 몸의 기력이 돌아왔다. 금방 괜찮아진다. 이전에 지하철역에서 어묵을 먹다가 지금처럼 별안간 쓰러졌던 적이 있어서 나는 덤덤했다. 하지만 엄마 아빠는 직접 본 건 처음이라 그런지 많이 놀란 듯싶다. 내 배낭 속 짐이 엄마 아빠 배낭으로 옮김 당해졌다(?) 도움을 주고 싶어 동행하는 시간에 오히려 짐이 된 것 같아 마음이 썩 좋진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것도 지금 나의 일이란 생각에 평소 같은 고집을 피우지 않았다. 잠자코 따랐다. 멀쩡하던 딸내미가 갑자기 정신을 잃는 모습에 얼마나 당황했을까 싶다. 우리는 각자의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그렇게 이 날 하루도 목표한 지점까지 무사히 도착하였다.



이 날 아빠의 기록을 일부 옮긴다.

“... 솔이 식은땀을 흘리며, 잠깐 정신을 잃었다. 앞이 캄캄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하지? 만감이 교차한다. 솔이를 풀밭에 눕혀서 안정을 취하게 하고 솔이 배낭에 있던 물건들을 일부만 남기고 나와 솔이 엄마 배낭에 나누어 담았다. 솔이가 어느 정도 안정되어 괜찮다고 해서 오늘 목적지까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몸이 많이 힘들다. 솔이 엄마는 나보다 더 힘들어한다.”



*잠깐 정보

까미노 데 산티아고 관련 서비스 어플과 정보가 많다. 모든 정보를 수집해서 다 활용하겠다는 마음보다는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서비스 1개와 구글 이렇게 두 개를 조합해서 쓰면 체력을 아끼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엔 아래 정보 서비스를 활용했다.

1. 그론세 : 전체 일정과 세부 일정(일일 계획)을 짤 때
2. 카미노 데 산티아고 가이드(buen camino) : 가장 공식에 가까운 순례길을 찾을 때
3. 구글 지도 : 순례길에 벗어났다는 느낌이 들거나, 그 외 필요 정보를 찾을 때(숙소, 식당, 카페, 마켓을 찾을 때는 구글 지도 만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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