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를 다루다 보면 변화된 일상과 마주하게 된다.
#1
茶를 다루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서 나의 일상엔 변화가 생겼다. 외부에 일정이 없어도 꼭 날씨를 찾아보는 걸로 하루를 시작하고, 찻장에 붙어있는 온습도계를 체크하고, 변해가는 절기를 때때마다 확인하는 것이 나의 일상이 되었다. 차를 다루는 일을 하기 전에는 밖에 나갈 일이 없으면 날씨를 챙기지 않았고, 절기가 변해가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어릴 땐 집에 온습도계가 왜 있는지 몰랐다. 어머니가 茶방에 茶를 보관하고 있어서 둔 걸 나중에 알았다. 어릴 적부터 일상에 茶가 있었는데 그렇게 무심하고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새 나에게 중요한 것들이 되어 나에 일상에 젖어들어 있었다.
#2
마트에서 장을 보다 새로 보이는 물이 있으면 꼭 한두 병씩 사서 온다. 사온 물로 茶를 우려서 마셔본다. 어떤 차랑 잘 어울리는지, 이 물로 우렸을 때 어떤 차맛이 나는지 등을 자연스럽게 체크를 한다. 이 일을 하면서 물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그래서 장을 볼 때면 물 코너를 꼭 들린다. 茶를 좋아하고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물에 관심도 많고, 자기가 좋아하는 茶에 맞는 물이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만의 茶 취향이 생긴다. 차에 대하여 茶맛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취향에 관심이 생겼다. 茶를 공부하다 보면 자기가 공부하는 것만 옳다고 생각하고, 그것만이 정답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茶공부를 점점하다 보면 단편적으로 제한을 두기보다는 다양한 茶의 모습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茶에 대한 우위를 따지는 것보다 중요한 게 무엇인지 볼 수 있게 된다.
#3
티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항상 조심하는 부분이 있다. 손 관리를 열심히 한다. 손에 상처가 나지 않게 조심하고, 물을 다루다보니 손이 건조해서 핸드크림을 자주 발라준다. 향이 없는 제품들을 사용한다. 티 클래스에서 다예를 가르치고, vip대상의 차행사등 차를 우리는 행위를 하다보니 손목을 많이 사용해서 평소에서는 최대한 안 쓰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기 위한 나만의 작은 노력이다.
#4
오래된 것에 멋을 알게 되었다. 엄마가 쓰시던 앤틱 찻장이나 서랍장을 서울 집으로 들여놓으니 집안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내가 좋아하는 걸로 채울 수 있는 내 공간을 나는 좋아한다. 살고 있는 곳이 지은 지 얼마 안 된 빌라여서 깔끔하고 깨끗한 게 장점이지만 세월이 지난 멋스러움이 없다. 공간에 맞추다 보니 테이블도, 장도 화이트로 맞추어져 더없이 깔끔한 느낌의 집이었다. 엄마가 가지고 있던 오래된 찻잔이나 찻잔 받침, 퇴수기 등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도 있지만 나의 또 다른 취향의 반영이다.
.
.
흘러가는 시간도 즐길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천천히 지나가는 아름다움이 茶안에 담겨있어 일상에 따뜻한 변화를 마주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