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를 아는 초등학교 5학년
그 시절 일기의 맞춤법 등을 그대로 옮겨 문법에 어긋난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ARS 700을 아시면 같은 시대를 사신 분입니다. 괜히 반갑습니다.
1998년 4월 16일 목요일 맑음
제목 : 책을 사온 날
어제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를 아빠와 싸우던 끝에 샀어.
내 동생의 친구 유진이에게 빌려와서 엄마가 읽고, 내가 읽는데 아빠가 뺐어 가는 거야.
그래서 전쟁이 난거야.
하지만 어제 아빠가 사주셔서 난 너무 즐거웠어.
이상하게 난 울고 싶지 않을 때는 눈물이 나오고, 그렇지 않을 땐 메말르는 것이지.
이 책을 다 읽지 않았지만 대강 내용 중 내 기억에 남는 구절은 ‘천사는 날기 위해 다리가 필요하지 않다’야.
한 사람이 다리가 잘려서 8년 동안 침대에서 나오지 않아 한 이야기야.
달님아!
이 정도면 싸울만 하지 않겠니? 헤헤
아 읽어 본 후 진짜로 독후감을 써야지.
난 내 마음을 알아주는 아빠가 정말 좋아.
아빠 힘내세요!
또 저희가 항상 힘을 드리겠습니당!
I LOVE YOU
1998년 4월 18일 토요일 맑음
제목 : 공원
엄마께서 도서관에 가도 된다고 해서 도서관에 갔어.
한참 책을 읽다가 집에 오니
‘00 공원으로’라고 써있어서 다시 공원 가니
온 식구가 거기 있었어
으~~ 사람을 잡는거지...
하여간 오래됐고 작은 내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돌았어
아빠께서 모레 새로 자전거를 사주시기로 했어 히히히.
내 자전거가 좀 작았는데 너무 신났어.
아이스크림, 햄버거, 쥬스를 골고루 먹고 놀았어.
난 오늘 같은 날씨를 좋아해.
그래서 더 즐거웠어.
1998년 4월 27일 화요일 맑음
제목 : 아빠 생신
쨘쨔라란~ 오늘은 아빠생신이야.
그래서 엄마가 갈비탕도 끓이고, 열심히 준비하시더라.
나도 아빠생신 선물사러 백화점엘 갔어.
‘뭘 사지?...’ 그래서 펜이랑 수첩을(참고로 작년과 같음) 샀어.
엄마가 “00아! 같은 거 또 사지 말고 아예 박카스를 사”
그래서 바꿔서 약국에서 박카스 두병을 샀어.
오자마자 예쁘게 편지도 썼구
아빠! Happy Birthday!
힘내세용용용
오늘일기 – 끝
1998년 5월 1일 금요일 맑음 + 비
제목 : 근로자의 날
벌써 5월이 후딱 지나가고 5월이 됬어
IMF로 어깨가 추욱 처진 아빠들이 쉴 수 있는 근로자의 날이야.
우리 아빠가 쉬셔서 다 쉬는지 알았는데 안 쉬는 아빠가 더 많았어
지선이네는 아빠가 선생님이어서 안 쉬고
지혜네는 무역인이라서 안 쉬고
자영업하는 집은 돈 벌려고 안쉬고 등등
다행히도 우리 아빠가 쉬셔서 기뻤어
아빠덕에 나도 쉬었지
배트맨과 MR 프리즈를 봤어
700-2589에 전화해서 문제도 마치고 말이야
IMF만 아니면 신나게 더 신나게 놀 수 있었겠지만 재밌었어.
1998년 5월 15알 금요일 맑음
제목 : 뉴스
달님이에게
달님아!
오늘은 우리 학교가 MBC 9시 뉴스에 나왔어
이유는 6-6 선생님께서 연속 4대째 선생님이었다는 이유로...
이 이쁜 00의 얼굴이 TV에 나오지 않은게 불행이지만...
우리 학교가 나와서 너무 즐거워!
히...히...
1998년 5월 25일 월요일
제목 : 나의 꿈
달님이에게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이 대학에 가려면 몇 등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셨어.
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지금 : 열심히 공부하고 발표력 키우기
중학생 : 지금 때와 같음
고등생 : 외국어고등학교 가서 공부함
대학생 : 서울대 2년 다니고 하버드 2년을 다닌다
졸업 : 석사, 박사를 밟으며 아나운서를 한다
히히 어때?
하버드...꿈도 크지?
1998년 5월 27일 수요일
제목 : 일기
어휴
매일 일기쓰는게 너무 싫어
하지만 열심히 쓸 거야
오늘도 너무 쓰기가 싫다!
썰 렁~~~~~~
* 배경사진 출처 : 소장자료·도서별 1998년 서울시립미술관 《'98 도시와 영상-의식주》 전시전경 사진 필름 |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SeMA AA) (seoul.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