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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룰루 Mar 13. 2024

2003~2004년

싸이월드 시절의 고등학생

중고등학교 시절 일기는 사춘기 소녀의 험악한 감성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공개가 어려운 바,
고등학교 시절 쓴 도서, 음반, 공연 후기로 대체합니다. 상당히 오글거립니다.
* 제목 사진 : 역시 2004년 하면 서울 시내버스 개편이 인상적이다(출처 : 연합뉴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살인 현장에 나오는 잔잔한 클래식

차분한 음악에 맞춰 춤추는 듯한 톰아저씨의 손놀림

너무 섬칫한 푸른 색 화면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어둠


스티븐 스필버그는 천재다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     

웃다가 눈물이 날뻔 했다. 기적은 내가 만든다. 

그래 한번 오기로 버텨보자.


(영화) 장화홍련

그런 가족 싫다.


(도서) 바람과 함게 사라지다

눈물 나게 애절한, 불쌍한 사랑이야기

스칼렛의 강인함에 한없이 놀라워 한 소설

그리고 그 강인함 때문에 울었던 소설


(도서) 호밀밭의 파수꾼     

10대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임이 틀림없다. 

나도 지금 그 속에 있고, 그걸 헤쳐 나가야만 한다.


(기타) 쟈스민 차

쓴 맛은 설탕을 넣어도 없어지지 않는다. 

나도 그런 쓴 맛이 되고 싶다.


(기타) 글

글은 참 무서운 것이다.

내가 재능이 있건 없건 날 끌어들인다. 쓰고 싶어 미치게 만든다. 

그리고 정작 펜을 들면 막막해진다. 

내 속의 이 소리를 어떻게 표현할까 답답함과 더불어 찾아오는 자괴감

소심한 나라서 그럴 때면 우울해지고 만다. 

난 글쓰는 재주가 없나보다 하고.      

있는 그대로 쓰자. 내 마음속의 소리를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써보자. 

그게 해결책이다.


(기타) 毒

누구는 독을 찬다고 했다. 좋겠네. 차고다닐 독도 있고. 

난 독이 없어 이렇게 힘든데. 

독하게 산다는 건 정말 힘들어!


(드라마) 반올림    

나 중학교땐 뭘했길래 연애도 못해봤나...라는 생각을 했다. 

너무 조숙한 중딩들...격세지감(?!)을 느끼게 되는 걸ㅋ


소설 "토지"를 두 번 읽고, 섬진강을 찾은 건 소설을 읽은 지 10년이 지난 2014년, 지리산을 완등한 건 2016년이었다.  아직 평사리에는 가보지 못했다.

(드라마) 토지 마지막회 / 2005.5.22.     

눈물이 났다. 그렇게 멋진 결말

정말 정말 내가 원하던 그런 결말     

“땅은 재물이 아니다. 서희 네가 가진 것은 땅이 아니라 그 안의 생명이다.”

“땅이 제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먼 길, 혼자 괜찮으시겠습니까”

“당신이 그런 생각을 하는데 어찌 나 혼자 가는 것이겠소”     

진짜 명대사! 명장면!     

난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감사히 여긴다.

내가 외국인이었더라면 한국의 이 영롱한 글과 한을 느낄 수 없었을 것 아닌가.      

광복을 외치는 데 소름이 돋았다. 눈물이 났다. 

각자가 지닌 한들이 가슴 아팠고, 떠나가는 것들을 보는 서희의 쓸쓸함에 나도 덩달아 쓸쓸해 졌고, 광활한 자연을 보는데 가슴이 벅찼다.      

내 인생 최고의 감정이었다. 

토지를 읽고, 보고, 느끼는 동안은 내 온 감정들이 살아 숨쉬었고 그 감저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런 글을 읽을 수 있는 지금을 사랑한다.      

구천이의 말로 끝을 맺는다.      

“한을 이기지 못하면 한에 눌려 사는 거고, 한을 이겨내면 삶을 사는 법을 아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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