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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룰루 Mar 24. 2024

2007년

잘 놀아서 일기가 별로 없는 대학생

대학가면 연애하고 예뻐진다는 말은 나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 첫 해, 처음 주어진 자유 앞에서 많이 헤매고 방황했다. 

연애도 한참을 못했으며, 미국에 가고 싶어 토플 공부를 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가지 못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나는 진로를 바꾸었고, 지금 여기까지 왔다. 

대학만 가면 인생이 걱정없이 흘러갈 거란 어린 시절의 환상이 끝난 자리엔
'아 이것도 지나가겠지, 나는 잘 해낼 거야'라는 조금의 덤덤함이 더해졌을 뿐
여전히 그 다음 고비를, 그 다음 걱정을 마주한다. 


2007년 1월 19일

음...움직이자. 튼튼하고 가볍게.

슬슬 무게가 느껴지잖아...


2007년 1월 21일

등록금이 오릅니다. 주식이 내려갑니다.

우리 아버지는 주식으로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적어도 5년은 우리 아버지에게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부모님은 우리 둘이 모두 자라면

노후도 다 생각하고 있고 편해 지십니다.     

나는 어리광을 부릴 처지도 방탕하게 살 처지도 되지 않고

그러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러니까 최고로 열심히 살고 신나게 살 껍니다.


2007년 1월 25일     

합격했다. 드디어 07학번 대학생이 되었다.

이런 행복한 기분, 정말 후련한 기분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막 생겨났다.

행복해지자, 행복해지자.


모두 감사합니다.

더 빛날 나를 기대해 주세요.


2007년 3월 19일     

아 대학이 힘들다.

그냥 내가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에 컨트롤 되는 느낌이다.

그냥... 중심이 흔들리는 느낌이랄까. 되게 헷갈리고 답이 없고, 갈 곳이 없다.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내가 사라지는 느낌이고, 내가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고.

많이 힘들다. 하아. 그저 놀기만 하고, 남는게 없는 느낌은 No...

잘 모르겠지만 좀 찾아가자.


2007년 8월 24일      

하루에 두 번 5kg은 족히 될 것 같은 가방을 메고 한강을 건넜다.

시간에 쫓기고,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고

매일 초조해 하고. 8월은 그랬다.

오늘 마지막이었다.

이제 다시는 한강을 건너며 그 고생을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한강을 건너 집으로 오는데 코 끝이 찡했다.

징징대고 농땡이치고 100프로 완성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해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내가 ‘하고 싶어서’한 몇 안 되는 일 중의 하나였다.

빨리 미국으로 가고 싶다.

이제 더 달려야 할 거다. 그래도 해내겠지!

         

2007년 9월 1일     

이젠 제법 찬 바람이 분다.

시간이 참 빨리도 흘렀다. 

벌써 한 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도 다 지나갔다.

그 사이 난 얼마나 배우고 얼마나 성장했을까.

그저, 조금 약 2% 부족했다.

인생을 뒤돌아 볼 때 100% 만족할 수 없는 건 뭐 당연한거니.

이 정도면 그래도 나름 성공이지 않느냐. 조금 으쓱한 기분.   

그래도 꽤 힘들게 지낸 시간이기도 했다.

처음 느끼는 자유 속에서 어느 누가 그러듯 난 헤매야 했으니까.      

아무튼 2학기도 잘 해낼 것 같다.

일단 조신해져서 연애를 하는게 제일 큰 목표!

    

2007년 9월 9일     

대학에 적응하고 나를 찾은 것 같다.

아직 부족하겠지만 6개월 전의 나보단 확실히 자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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