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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룰루 Apr 01. 2024

2010년

조금 밝아진 여전히 수험생

2010년 1월 9일

변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든 시간이 나를 스쳐 지나가고

나에게 흔적을 남기고 쌓여가면서 변하는 세상에, 그리고 변하는 나에게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일만이 나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다.

흘러가는 시간에도 변하가는 나도.

그것이 앞을 향해, 미래를 향해 간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2010년 3월 4일     

운동을 하니 기운이 불끈불끈 좋다.

    

2010년 5월 6일     

정치학 선생님께서 ‘글’에는 나의 언어 생활이 담긴다고 했다. 

그래서 더 좋은 기운을 뿜는 글을 쓰기 위해서

더 곱고 밝고 긍정적인 말을 하기로 했다.

더 명확하게 나를 설명하기로 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목숨을 걸기로 했다.


2010년 5월 27일     

글에 나의 정체성이 배어있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글은 세상을 독특하게 꼬아보는 시선과 기교가 전부라고 생각했다.

요새는 글에, 손글씨에, 단어 하나하나에 내 사소한 습관과 생각들이 배어있음을 느낀다.

오른쪽으로 돌아앉아 삐딱히 쓰는 나의 자세,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더듬거리는 습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급한 마음에 마구 쏟아내는 급한 성질,

하고 싶은 말만 맥락없이 툭툭 던지는 생각의 습관,

타인에 대한 관찰보다는 나에 대한 고민만 하는 마음까지 모두 보인다.

그러다 보니 글 쓰는 게 참 무섭다.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내가 더 원하는 모습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정하고 반듯하게.

내 글을 읽으면 허리를 곧게 편 내 모습이 떠오를 수 있게 하고 싶다.      

삶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묻어나는 나를 보이게 하고 싶다.

     

2010년 5월      

공부를 할수록 머릿 속에 칸막이가 생기는 기분이다.

서로 오가지 못하고 틀에 꽉끼는 생각들이 유연하지 못하다.

이전에는 모든 것이 뒤죽박죽하여 본의 아니게 하이브리드한 사고가 가능했으나

지금은 다른 의미의 하이브리드가 필요하다.

유연한 칸막이, 칸 자체를 이동시키는 유연한 사고.

     

2010년 5월 12일     

머리를 잘랐다.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무게를 덜어냈다.

간만에 마음에 드는 머리가 되어 기분이 좋다.

학원을 갈까, 독서실에 갈까 하다가 방에서 밥을 먹고 멍 때리다가 학원을 갔다.

3순환 마지막 수업니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불안감과 무서움이 견디기 힘들었다.

수업은 엄청 일찍 끝났다.

어디라도 가야할까 고민했다. 선뜻 독서실로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부족한 내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다. 피하고 싶었다. 눈물이 또 흐를 것 같았다.

순전히 앞으로의 시간이 너무 무서워서 이 시간을 이길 수 있다고,

울지말고 웃자고, 잘할 수 있다고 되뇌엇다.      


여차저차 결론은 지금 앞으로의 시간이 두렵다.

모든 것이. 하지만 지금 나는 이 두려움을 이겨낼 강인함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충실한 하루 하루를 살기로 다짐한다.      


2010년 6월 3일      

몇일동안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붓고 가려움증에 시달렸다.

그건 마치 온몸에 눅눅한 곰팡이가 파랗게 껴서 내 몸이 상해가는 걸 느끼는 것 같았다. 

악! 더럽고 죽겠었다. 

지식인님께 여쭈어보니 여기저기 몸에 곰팡이 슨 사람이 많다.

피부가 건조해서라든가 몸의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란다. 처방은 운동.     


몸이 가려워요 – 운동하세요

허리가 아파요 – 운동하세요

뱃살이 나와요 – 운동하세요

피부 트러블이 생겨요 – 운동하세요

피곤해죽겠어요 - 운동하세요     


20010년 11월     

이사를 한다. 이곳에 와서 3번째 이사.

공간이 사람의 삶에서 가지는 역할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낙성대의 그 우울한 기억과 402호의 나태한 기억을 털어내는 기분이다.

새로운 공간에서 에너지와 긍정적인 기억만 담아내겠다고 다짐한다.      

1년 동안 이곳에서 무언가를 ‘해냈다’는 기억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무건가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이기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2010년 하반기     

태어나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웃기지. 

누군가를 이겨야겠다거나 성공해야 겠다는 목표는 존재하지 않았는데

지금도 성공보다는 자유가 좋아서

나에게 성공은, 나만의 성공은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었으면 해.

내가 나의 가족으로부터, 친구로부터, 사회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면 좋겠어.

이건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아. 무관심도 아니야.

자유의 반대말이 사랑이 아니고, 함께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들과 나의 관계가 의존적이거나 구속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야.

그러니 자유로우려면 나는 솔직해야 하고

매일을 에너지로 살아내어 누군가의 부담이 되지 않아야 하고

자유로울 수 있을 만큼 여유로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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