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 : 관심 종자, 흔히 관심을 받으려고 튀는 행동이나 말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일부러 SNS에 올릴 예쁜 사진을 고르고, 조금 더 정돈된 글을 쓰고자 맞춤법 검사를 하고, 특별한 이유도 없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 또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가 아닌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기장에나 끄적거릴 글을 굳이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 또한 결국 타인의 인정을 받고 싶어서임이 틀림없다. 이러한 시선에서 보면 우리는 모두 관종이다.
나는 한때 SNS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동경한 적이 있다. 가장 가까이에는 친오빠가 그러한데, 다른 사람의 삶을 궁금해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 쓰지 않는 사람, 그렇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SNS는 타인의 인정을 인스턴트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었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점심 인증샷, 운동 인증샷 등 개인 사생활을 공개하며 좋아요와 댓글로 욕구를 채운다. 누구나 그런 인정욕구가 있을 텐데, SNS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 욕구를 채울까 궁금하다. 그 방법을 알지 못하는 나는 불필요한 시선을 연연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이는 그들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그래 나는 일종의 관종이다. 이런 말은 스스로 조금 민망하기는 하지만, 나는 평생을 관심을 많이 받는 사람으로 살았다. 친구들은 나를 좋아했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를 좋아했다. 항상 중심에 있었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편에 속했다. 그러한 관심에 나는 아직까지도 모두에게 감사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운이 좋아 주어진 관심과 애정 이외의 나는 너무 평범하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어디에 있어도 튀지 않는 무난한 아이. 그게 나다. 그래서 계속해서 나를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뭐든, 좀 잘 하고 싶어서. 잘하고 싶은 마음은 관심을 받고 싶어서인가, 인정을 받고 싶어서인가, 박수를 받고 싶어서인가. 잘은 몰라도 이 모든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나는 스스로를 사랑하는데 남들의 인정이 필요한 사람인가. 요즘은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특기가 있으면 좋겠다. 하는 거라고는 맨날 논문 읽고, 교과서 읽고, 분석하고, 분석한 것을 글로 써내고. 분명 읽는 게 좋아서 선택했는데 문송이들은 모두 할줄아는 게 없어서 죄송하다. 특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마다 새로운 걸 시도하다 보니 취미나 경험 같은 건 많아져도 특기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자랑스럽게 내걸 수 있는 특기는 자고로 타인의 인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바느질도 못하는 내가 혼자 뜨개질을 하겠는가, 사람들 앞에서 말도 잘 못하는데 무대에서 연극을 하겠는가. 여태까지 특기가 없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내 인생이 이렇게 된 데에는 정말로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현재는 운동을 하겠다며 방방곡곡 기웃거리고 있지만 사실은 나는 안다. 나는 내가 주야장천 노래를 부르던 복근은 만들지 못할 것이며, 이번에도 역시 특기를 만드는 데는 실패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 책이나 읽고 일기나 쓰면서 한풀이를 하겠지.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나는 그냥 내 심심함을 털어놓았을 뿐이다.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고? 남들이 인정할만한 특기를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고? 그렇지만 남들과 다르고 싶은 게 바로 관종이잖아. 나는 관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