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천군작가 Mar 18. 2021

그리운 꽃의 書 - 93-찔레꽃

훈풍이 따스하다 말하지만

뉘 보내는 길에 핀 너는

여전히 남은 겨울이었다.

하얀 잎 웨딩드레스처럼

눈물이 되어버렸는데

봄은 속절없이 돌아왔다.


초록이 시린데

보내는 마음처럼 시린데

잔 가시에 피 흘리며

부케를 만들어 보낼까

마음이 물들어

붉어질까 두렵다.


꽃말 - 가족에 대한 그리움

고려 시대에
고운 외모를 가진 한 소녀가 원나라
공녀로 끌려가 긴 세월을 보내고 난 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견디다 못해
고향으로 왔으나 끝내 가족을 찾지 못하고
죽어 그 자리에 하얀 꽃이
피었다는 슬픈 전설이 있다

어느 해 늦은 봄

하얀 찔레가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스치듯 지나치는 꽃인데 그 꽃이 너무 하얗기에 서러웠나 보다.


어린 시절 집 앞뜰에 심어져 있던 찔레는 어김없이 봄을 알려주었고 어린 순을 톡 따서는 오물 거리기도 하였던 내 유년이 함께 피는 꽃이었다.

푸른색 물조리를 들고 뒤짐을 지고 물을 주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서려있고, 꽃을 바라보면 휙 하고 돌아볼 것 같은 할머니의 미소가 보이는 꽃이다.

또 누군가를 가슴에서 떠나보낸 날에 피었던 꽃이기도 하다.

해마다 봄이면 뉘 집 담장에 거꾸로 매달린 찔레를 보며 참 이상하다 어찌 거꾸로 피었는데 넌 빨간색이 아니라 흰색이냐 라고 혼잣말을 하기도 하였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아마도 물구나무를 서면 얼굴이 빨개지는 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이유는 아니었을 것이다.

꽃을 꺾으려 들면 그 가시에 찔려 바알 간 피가 꽃잎에 물 들었던 일 때문이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저 하얀 꽃이 붉은색으로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는지도 모른다.

올봄에도 찔레는 누군가의 세상 가장 아름다웠을 그 시절에 웨딩드레스처럼 피지 않을까.


원산지가 우리나라인 5월에 피는 대표적인 꽃


선조들은 이 꽃을 증류하여 화장수로
사용했는데 이를 꽃이슬이라 하였으며
이것으로 몸을 씻으면 미인이 된다고 믿었다

또한, 한방에서는 이 꽃을 석산호(石珊湖)라 부르며,
그 열매는 영실 또는 색미자라 부르며
약재로 사용하는데 이것은 불면증, 건망증,
염증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리운 꽃의 書 - 92- 구슬붕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