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천군작가 Apr 05. 2022

Still

음악이 있는 이야기 내가 너를 부를 때 -19-

봄비가 내리는 날에 철길을 걷는 것은 또 다른 행복이다.

새싹에 힘 없이 축축 쳐져만가고 봄꽃이 하나 둘 봄비에 젖어 인사를 하는 그런 길을 갓난아기처럼 뒤뚱 거리며 걷는 것은 마치 오선지에 그려진 음표들처럼 뒤뚱거리고만 있다.

겨울에 처음 만난 이 길이 벌써 꽃이 하나 둘 피기 시작하니 봄을 닮아 가는 것 같아 좋다.

Lady, morning's just a moment away

And I'm without you once again  

You laughed at me, you said you've never needed me

I wonder if you need me now

We played the games that people play  

봄비를 닮은 곡이 귓가에서 통통거린다.

Commodores의 Still이 조금은 끈적거리듯이 귀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 봄비를 닮은 곡인가 한다.


그 여자 : 이런 풍의 노래를 좋아하더라.

그 남자 : 있어 보이잖아.

미소를 지어 보이는 그 남자를 그 여자도 미소로 답을 하고 있다.

그 여자 : 난 Still Loving You가 좋은데

그 남자 : 나도 그 노래가 좋아.

그 여자 : 치 그러면서 맨날 이런 거만 듣잖아.

그 남자 : 때론 이런 곡도 듣고 또 네가 좋아하는 그런 곡도 듣고 하는 거지.


갑자기 그때가 떠 올랐다.

블루스 음악을 들으면 끈적거리고 이상하다 하고, 재즈를 들으면 몽환적이라 하고 대중성이 있는 음악을 들으면 안 되냐고 투덜거리던 모습이 이쁘기만 하던 그 여자가 떠 올랐다.

벌써 25년이나 지난 일인데도 눈앞에서 조잘거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직도 가슴이 머리가 모두 기억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 길고 긴 시간이 지나서야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짙은색의 차가 그 남자를 스쳐 지나가듯 멈춰 서고 변하지 않은 그 여자가 차에서 내리며 그때의 그 미소를 아니 함박웃음을 보이며 달려와 그 남자 앞에 섰다.

그 남자 : 한 번 안아봐도 될까?

그 여자는 말없이 그 남자의 품에 안긴다.

그리곤 그때와 같이 그 남자의 볼을 꼬집으며 다시 함박웃음을 짓는다.

변한 것이 없었다.

변한 것이 있다면 긴 시간이 지났다는 것뿐이었다.


야경이 아름다운 곳에서 두 사람은 마주 앉았고 테이블 위로 맞잡은 손을 놓지 않고 서로의 얼굴을 보고 미소 짓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곳에서 그때의 그 모습 그대로 앉아서 말이다.

그때의 그 여자는 체리 펀치를 빨대에 검지로 막아서 빨대 속으로 빨려든 음료를 입에 가져가 검지를 놓고 미소를 지어 보였고 그 앞에 앉은 그 남자는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미소를 지어 보이곤 하였다.

지금의 그 여자는 커피가 식어가는 줄 모르고 많은 것을 묻고 있다.


그 여자 : 혼자야?

그 여자 : 아니지?

그 여자 : 정희랑 결혼한 거야?

그 여자 : 애는 몇이야?

그 남자 : 하나 씩 물어봐.

그 여자 : 그러니까.

그 남자 : 혼자야.

그 여자 : 그럼 그 애랑 결혼한 거 아냐?

그 남자 : 그 애랑은 아니야.

그 여자 : 많이 아팠다더니 어디가 아팠어?

그 남자 : 괜찮아 지금은. 오래 걸으면 약간 숨이 차는 것 빼곤 괜찮아.


얼마나 많은 것이 알고 싶은 것일까?

자신 앞에 그 남자가 앉아있는데 더 뭐가 알고 싶은 것일까?

그전에 이미 메신저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말이다.

짧은 만남을 가지고 그 여자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마치 꿈을 꾼 것처럼...

기분 좋은 꿈을 꾸다 잠이 깨면 다시 잠이 들려고 노력하다 그 꿈을 이어 꾼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남자는 다시 그 꿈을 꾸고 싶은지 다시 잠을 청하려 하고 있었다.


아메리카 흑인 음악의 메카는 누가 뭐라 해도 모타운 레코드가 아닐까.

흑인 음악의 대가들이 이 레코드 회사 출신이 많아서가 아닐까.

" 모타운의 제왕으로 불렸던 Smokey Robins, 영화 My girl의 주제곡으로 잘 알려진 The Temptations, 그래미상을 2번 수상한 Marvin Gaye,

Stevland Hardaway Morris 우리에겐 Stevie Wonder로 알려진 천제 뮤지션 등이 이 레코드 회사 출신이다.

그리고 Commodores 역시 이곳 출신이었다.

앨라배마주 터스키지 대학 시절부터 시작이었다.

6인조 그룹. 학창 시절 그들의 그룹명은 Joys였지만 1969년 애틀랜틱 레코드를 통해 첫 싱글 Keep on dancing을 발표했지만 특징이 없는 사운드로 별 다른 반응을 얻진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실력은 인정을 받은 것인지 1971년 Jackson 5 쇼의 오프닝 밴드로 출연하면서 모타운 레코드와 계약을 하게 되고 1979년 Midnight magic에 수록된 Still이 빌보드 1위 곡이 되었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Three times a lady가 두 번째 1위 곡이 되기도 하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Blue Christma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