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모임이 만든 커다란 시너지
퇴사 후 혼자 일한 지 어느덧 6개월. 집에서 혼자 일하다 보면 딴짓하거나 늘어질 때가 많다. 영 효율이 나지 않는다. 다른 프리워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마찬가지라고 한다. 좀 더 효율을 내며 일할 수는 없을까?
실험적으로 같은 지역에 사는 프리워커 두 분과 모여서 일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오전에 모여 각자 그날 할 일을 적고, 시간을 정해서 일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각자 하기로 한 업무를 모두 끝냈는지 서로 체크했다. 여기에 '구글 타이머'라는 장치를 하나 더 추가했다. 한 시간 단위로 타이머를 맞춰두면, 시간이 줄어드는 게 물리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 시간 뒤 알림이 울린다.
오늘 이런 일들을 끝내겠다는 서로 간의 약속, 그리고 한정된 시간제한 장치가 있으니 효율이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첫 모임 이후로도 종종 모여서 일했다. 그리고 그 이후 나는 서울에서 2주간 지낼 일이 생겼다. '공식적으로 코워킹 모임을 열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고, 곧바로 실행에 돌입했다.
평소 눈여겨봤던 공유 작업실에 협업을 제안했다. 그렇게 공간을 확보한 후에는 하루 동안 같이 일할 '코워킹 메이트'를 찾는다는 모집 글을 올렸다.
혼자 일하다 보면 쳐지거나 고민에 깊게 빠져드는 순간들이 생기더라고요. 혼자 일하는 분들과 느슨한 연대감을 가지며 힘을 내보려고 신청했습니다.
반응은 뜨거웠다. 올린 지 하루도 안 돼서 마감되었고, 심지어 인원이 초과하여 오지 못하는 분들도 있었다. 신청서에는 신청 이유도 받았는데,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프리워커에게는 '몰입할 수 있는 환경'과 '느슨한 연대'가 필요했던 것이다. 코워킹 모임은 이틀에 걸쳐 두 번 진행했는데,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작은 모임이 커다란 시너지를 만든 것이다. 혼자 일하는 사람들과 코워킹하며 생긴 몇 가지 시너지를 이야기해 보려 한다.
이 모임의 가장 큰 목적은 함께 일하며 업무 효율을 최대화하는 거였다. 목적에 걸맞게 업무 일과시간을 정해두고 정확히 지키려 노력했다.
❶ 오늘의 태스크 설정 (10:00~10:20)
❷ Work, Work, Work (10:20~12:00)
❸ 점심시간&티타임 (12:00~13:30)
❹ Work, Work, Work (13:30~18:00)
❺ 태스크 완료 여부 체크 (18:00~18:20)
그 결과 업무 효율이 엄청났다. 대부분의 참가자분이 각자 정한 태스크를 모두 끝마쳤다. "일 년 중 오늘이 가장 집중한 날 같아요.", "미뤄왔던 급한 업무 오늘 다 끝냈어요.", "다들 너무 몰입하시길래 저도 화장실 두 번 갈 거 한 번만 가고 일했잖아요."
나 또한 혼자 일할 때는 핸드폰을 수시로 들여다보거나 침대에 드러눕는 상황이 생기곤 하는데, 그러한 시간 소모 없이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혼자 일할 때 힘든 점은 업무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없다는 것이다. 회사 다닐 때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이런 고민을 나눴는데, 혼자 일하면 끊임없이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이 또한 나만 그런 게 아니었나 보다. 점심시간에 서로의 고민을 하나둘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모임에는 크리에이터, 마케터 등 콘텐츠를 다루는 분들이 많아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아이디어도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대화를 통해 실제로 고민을 해소한 경우도 생겼다. 참가자 중 릴스를 200만 뷰까지 터뜨린 분이 계셨는데, 이분이 다양한 팁을 나눠주셨다. 나 포함 릴스 제작에 고민이 있었던 분들이 그분 전자책을 구매했고,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이외에도 숏폼 마케팅 컨설턴트, 여행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분들이 본인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나눠주셨다. 나는 이번 모임에서 메모장을 한가득 채우고, 액션 플랜도 몇 가지 세울 수 있었다. 멋진 기버분들이 모여 값지고 알찬 시간을 만들었다.
이 모임의 두 번째 목적은 네트워킹이었다. 서로가 연결되어 작은 시너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실제로 이루어졌다.
1) 강점코치님의 무료 코칭
첫 번째 모임에서는 강점코치님이 계셨는데, 코칭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무료 코칭을 진행해 주신다고 했다. 그리고 나머지 참가자분들은 강점 코칭을 받아보고 싶은 니즈가 있었고, 모두 코칭을 받기로 했다. 나 또한 몇 달 전부터 미뤄왔던 강점 검사를 드디어 하게 됐다. 코치님 덕분에 검사비 할인도 받았다. 코칭도 곧 받기로 했다. 너무나도 감사한 일.
2) 사진작가님 - 영상PD님의 웨딩스냅 협업
두 번째 모임에는 사진작가님과 영상PD로 일하셨던 분이 계셨는데, 두 분이 이야기 나누다가 웨딩스냅 촬영 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미 웨딩스냅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 분이 다양한 꿀팁을 나눠주셨고, 이미 잡혀있는 촬영에 영상PD님과 동행하기로 했다. 두 분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나는 좋은 공간을 잘 찾고, 그것을 큐레이팅하는 능력이 있다. 좋은 공간에 가면 콘텐츠로 소개하는 것을 넘어 함께 경험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다.
우리가 함께 일한 공간은 '핏자 워크라운지'다. 디자이너 그룹이 만든 공간이라 그런지 정말 감각적이다. 톡톡 튀는 컬러와 위트있는 사이니지, 빈티지한 소품들이 눈을 즐겁게 만든다. 초록초록한 나뭇잎이 창을 한가득 메우고, 공간 곳곳에 식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조용한 동네에 위치해 있어 몰입도 더 잘 되는 느낌이다.
모임을 열기 전 혼자 이곳에 가봤는데, 편안하면서도 몰입이 잘 되는 경험이 좋았다. 다른 분들도 이걸 느꼈으면 했는데, 그게 잘 전달된 것 같다. 이 공간 경험을 콘텐츠로 만드는 분도 있었고, 가까이 사시는 분들은 또 이곳을 이용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근처에는 맛집이 얼마 없다고 들었는데, 나의 레이더망은 피해 갈 수 없다. 점심시간에 내가 미리 찾아둔 식당에 방문했는데, 이틀 모두 참가자분들이 만족스러워했다. (뿌듯)
참가자분들께 모임을 열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내가 필요해서 열었던 모임인데,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었다니 더없이 기뻤다. 혼자 일하는 사람들의 느슨한 연대를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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