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공룡 마케터가 전하는 리얼 후기
바다공룡은 유휴 공간을 찾아 워킹 스페이스로 만들고, 그곳에서 ‘워케이션’ 경험을 제공하는 팀이다. 특이점은 소속된 직원이 없고, 프리워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하나의 프로젝트가 생길 때마다 TFT가 구성되고, 명확한 역할과 리워드를 나눠 갖는 방식이다.
지난 10월 진행된 고성 워케이션 프로젝트의 마케터로 참여했다. 내 역할은 고성 워케이션에 참여할 유저들을 모으는 일이었다. 내가 맡은 부분은 ‘마케팅’이었지만, 워케이션 프로그램 기획부터 현장 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고성 워케이션은 한적한 시골 마을 카라반에서 머물며 일하는 프로그램이다. 처음에 이 프로젝트에 대해 들었을 때 두 가지 생각이 공존했다. ‘카라반 워케이션이라고? 신박한데? 재밌겠다!’, ‘그런데 캠핑과 일의 공존이 가능한가? 그걸 원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워케이션’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면서 지자체와 스타트업에서 너도나도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내놓기 시작했지만, 카라반 워케이션은 처음이었다. 비슷비슷한 워케이션 프로그램 중에서 확실히 ‘차별화’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차별화 전략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펀딩률 717%를 기록하며 해당 워케이션의 전 기간이 풀 부킹되었다.
나 또한 4박 5일간 바다공룡 워케이션을 경험했다. 바다공룡 마케터이자 유저로서 솔직한 경험을 풀어보려 한다.
나는 차가 없기에 워케이션을 떠날 때 교통편을 중요한 요소로 본다. 이번 바다공룡 워케이션은 경상남도 고성군의 시골 마을에서 진행됐는데, 교통편이 무척 불편했다. 우선 고성에는 기차역이 없고, 내가 사는 인천에서는 고성으로 가는 직행버스조차 없었다. (서울 남부터미널에는 고성으로 가는 직행버스가 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통영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고성으로 이동했다. 교통비가 만만치 않았다.
서울에서 이동했다면 직행버스가 있기에 좀 더 나았을 것 같다. 고성터미널에서 바다공룡까지 택시로 7분가량 이동해야 하는데, 사전 협의가 이루어진 택시 기사님의 정보를 공유해줬다. 지방에서는 택시를 잡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로컬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교통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몸소 느끼게 해준 경험이었다.
카라반의 낭만과 현실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다. 우선 현실부터 말하자면 카라반에서 쓸 물을 채우고, 오수 통을 비우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하루 두 번 정도 물을 비우고 채웠다. 그리고 난방이 고장난 건지, 너무 약하게 나와서 밤마다 추위를 느꼈다. 11월인데도 새벽에는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마지막으로 샤워 공간이 좁고 수압이 약해서 씻을 때마다 불편했다.
이 많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카라반의 낭만도 분명히 있었다. 바다공룡은 불멍 장비를 대여해준다. 카라반 앞에서 고구마도 구워 먹고, 불멍도 때리며 힐링할 수 있었다. 시골 마을이라 불빛이 적어 별이 잘 보였다. 별자리가 뚜렷이 보일 정도였다. 청량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밤하늘을 바라보는 고요한 순간이 좋았다.
카라반 바로 앞에 공유 오피스가 마련되어 있다. 워케이션에서는 일할 공간으로 이동하는 시간도 부담되기에 좋은 포인트였다. 눈앞에는 논밭과 산이 펼쳐져 있고, 종종 경운기와 어르신들이 지나간다. 그야말로 여유로운 시골 뷰다. 잔잔한 바이브 덕분인지 집중이 정말 잘 됐다. 일의 능률이 높아져 할 일을 평소보다 빠르게 끝낼 수 있었다. 다른 유저들도 입을 모아 말했던 부분이다.
메인 라운지 외에도 빈백이 있는 방, 데스크가 있는 방, 공용 주방도 있어서 적재적소로 활용할 수 있었다. 작은 공간을 알차게 활용한 느낌이었다.
보통 워케이션을 가면 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일도 해야 하고 맛집도 찾아가야 하니 종종 번거롭게 느껴질 때도 있다. 바다공룡에서는 평일 점심을 제공했다. 참가비에 점심값이 포함된 걸 생각하면 가성비가 최고다. 읍에 있는 한식집에서 백반 메뉴를 배달해주셨다. 각종 나물과 생선, 어묵볶음 등 반찬이 다양하고 알찼다. 맛도 있고 건강도 챙길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로컬에서만 누릴 수 있는 식경험을 하는 것 또한 워케이션의 묘미다. 고성은 새우와 가리비가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가리비의 70%가 고성에서 난다고 한다. 퇴근 후 다른 유저분들과 함께 장을 보고 요리를 해 먹었다. 가리비를 쪄서 먹었는데 알도 크고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바다공룡 워케이션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다. 매주 5~6명의 유저들이 소수로 참가해 낯선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카라반이 바로 옆에 붙어 있기도 하고, 공유 오피스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가, 낚시, 바베큐 파티 등 다양한 액티비티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사업하는 분부터 다양한 직군의 유저들이 모여 퀄리티 타임을 가질 수 있었다. 밤이면 공유 오피스에 모여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하고, 불을 피우고 술 한 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사이 일 경험, 가치관 등 다양한 대화가 오가며 인사이트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파티처럼 가볍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너무 딱딱한 분위기도 아니어서 균형감이 좋았다.
바다공룡 고성 워케이션은 애정을 갖고 팀원으로 참여한 프로젝트다. 하지만 유저의 입장으로 경험했을 때, 분명 불편한 점이 있었고 추후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도 4박 5일간 워케이션 경험은 정말 값졌다. 공기 좋은 시골 마을에서 요가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좋은 사람들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며 몸도 마음도 힐링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워케이션’이라는 취지에 맞게 일도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었다. 일에 진심인 분들이 모여서 시너지를 얻었던 것 같다. 단언컨대 일과 쉼의 완벽한 균형을 경험했다.
또 하나의 핵심은 ‘네트워킹’에 있다. 이곳에서 만난 분과 또 다른 워케이션에서 만나 함께 일하기도 했고, 또 다른 협업의 기회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전에는 개인적으로 워케이션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때는 경험해보지 못한 가치다. 개인적으로 떠나든, 프로그램을 이용하든 앞으로 워케이션을 떠날 때는 ‘네트워킹’할 수 있는 장치를 다양하게 마련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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