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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실격 Oct 07. 2023

100보다 중요한 99

월급이 부분이 되는 순간

경고

이 글엔 강력한 겸업 뽐뿌가 들어 있으니, 심신 미약한 회사원은 스킵을 권합니다. 


"페이팔"을 만든 실리콘벨리 전설적인 창업가 피터 틸은 제로투원이란 책에서 0이 1이 되는 순간의 경이를 말한다. 0과 1 차이는 단순한 1 차이가 아닌, 무에서 유를 만드는 일이라고. 피터 틸은 그것이 독점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말한다.


충청도 제약 공장으로 출근하는 꼴랑 파티룸 1개 창업자 청년실격이 파렴치하게 말을 얹는다. 0에서 1 차이만큼이나 100에서 99 차이도 크다고. 그건 월급이라는 안정과 독점의 세계에서 위험과 자연이란 세계로 진입하는 거라고.


그냥 회사 다녀요

초면인 사람에게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그냥 회사 다녀요"정도로 대화를 마친다. 조금 더 여유 있을 땐 "제약회사 다녀요"정도까지 말하고, 그걸로 만족 못하는 표정이면 "생산기획 쪽 직무를 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스스로를 제약회사 생산 기획자라고 여기는가.


밖에서 보기에는 맞다. 그것이 나를 가장 앞 세우는 타이틀이다. 투입하는 절대 시간량이 증거다. 나는 아침 여덟 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 꼬박 9시간을 근로 계약서에 따라 생산 기획자로 일 한다. 통근 시간, 가끔 야근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플러스알파다. 맑은 정신으로 깨 있는 대부분 시간은 생산 기획 일에 할당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나는 분명 생산 기획자라고 말할 수 있다.

 소득 비중이 두 번째 증거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쳐서 영재였던 어느 래퍼와 달리, 나는 어렸을 때부터 주의가 산만했다. 지금까지도 산만 주의자인 나는 회사 밖에서 부지런히 여러 사이드잡을 시도했다. 블로그 포스팅을 썼고, 스냅 촬영을 다녔다. 하지만 금액이 소소했다. 열심히 해도 월급을 넘기지는 못했다. 수입 중 절대적 비중은 언제나 월급이었다. 근로 소득은 일의 결과로 발생한다. 그러니 생산 기획자로 입금되는 비중이 가장 큰 나는 여전히 생산 기획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스스로를 생산 기획자라고 말하기 떫떠름 하다. 거짓말하는 기분까지 든다. 나는 그 일로 대표되는 것이 어색하다. 팀 명과, 직무 명은 분명하고, 월급과, 시간을 쏟는 것도 확실하지만 나는 생산기획자라는 자아에 애정이 적다. 생계를 위한 수단에 가깝다.


사실 어떻게 보면 "그냥 회사 다녀요"라는 말에는 그런 불편함이 숨어있는 듯하다. "더 묻지 마세요, 생산 기획 팀에 있긴 하지만, 나도 이 일에 대해서 확신이 없으니까"라는 뒷 말을 삼키면서.


After 파티룸

파티룸을 창업한 뒤로는 "그냥 회사 다녀요"라는 말과 함께 (만약 묻는 사람이 조금 더 대화할 의지가 보이면) 작은 파티룸을 운영한다고 덧붙인다. 수입이나, 들인 시간이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생산기획이란 직무보단 파티룸 운영하는 자아에 훨씬 더 애착이 크다.


아마 가장 큰 차이는 "내 일"과 "회사 일"의 차이일 거다. 아무리 노력해도 생산기획자로서의 성과는 회사의 성과다. 이에 반해 파티룸에 시간을 쓰면 온전히 내 성과로 전한 된다. 즉각적으로 사업장 매출이 늘고, 후기가 잘 관리되고, 공간이 깨끗해진다. 그러니 내가 더 가꾸고 싶고, 시간을 쓰고 싶은 건 "생산 기획"쪽 자아보단, "파티룸 운영자"쪽 자아다.


단지 내 일이 생긴다는 장점 외에도, 나는 회사 다니면서 바깥일 만들기를 적극 권한다. 요즘은 가까운 사람들에겐 겸업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겸업하면 좋은 점

회사를 다니면서 바깥일을 만드는 거는 두 가지 측면에서 좋다. 첫 번째는 당연히 추가 소득이 생기는 점이다. 말해 뭐 해.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길게 얘기할 것도 없다.

 두 번째는 겸업을 통해서 월급 비중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장점과 동어 반복처럼 들린다. 회사 밖에서 소득이 생기면 내 전체 소득에서 급여 비중이 100% -> 99%로 줄긴 할 테니까. 간단한 산수처럼 보이지만 생각보다 의미하는 바가 크다.


자식이 부모에게 독립하기 위해선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고 한다. 용돈 받아 쓰면서 부모로부터 완전한 독립은 불가능하다. 꼭 부모-자식 간의 얘기로만 볼 것이 아니다. 나는 회사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 월급에서 독립해야 한다고 본다.


월 소득에서 급여 비율이 100%면, 퇴사가 불가능하다. 당연하지. 어떻게든 본인 밥벌이는 해야 하니까. 그런데 소득 중 급여 비율이 100%면서 "퇴사하고 싶다"라고 말 만하는 사람은 사실은 퇴사하고 싶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다. 만약 진짜 퇴사하고 싶다면 그 월급 비중을 낮추는 일을 하거나, 최소한 계획 중이어야 할 테니까. 100이라는 비중을 계속해서 낮출 수만 있다면 퇴사는 현실화될 수 있다.


우리 회사는 겸업 금지인데요  

그러면 할 말 없다. 이 콘텐츠가 겸업을 우회하는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할 사람들은 어떻게든 한다. 만약 그게 정말 마음에 걸려서 못할 것 같다면 꼭 겸업이 아니더라도 부동산 투자, 주식 투자의 방법을 권한다. 모쪼록 핵심은 월급이 전체가 아닌 부분으로, 단지 내 파이프라인 중 한 개로 만드는 거에 대한 중요성이니까.


0-1만큼 중요한 100%-99%

모쪼록 나는 파티룸을 오픈하면서 내 커리어적인 자아를 분리했고, 또한 월급에서도 조금은 독립을 시도 중다. 정확한 퇴사 시점은 염두하고 있지는 않다. 혹은 퇴사를 안 하고 계속 직장은 다니면서 여러 일들을 벌일 수도 있다. 확실한 건 급여가 내 전체 소득의 50% 밑에 있게끔 만드는 게 첫 번째 목표다. 50%면 월급만큼 회사 밖에서 버는 값이다. 그럴 때가 되면 회사를 다니고 안 다니고는 밥벌이,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옵션 정도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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