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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실격 Oct 05. 2023

직장인 창업자가 좋은 동업자 구하는 4가지 방법

친한 건 4번째

대학생 땐 교수님과 면담할 일이 종종 있다. 조금 진지한 얘기를 주고받다 정신 차리면 어느샌가 대학원을 영업하는 교수님을 발견한다.  

대학원은 힘들다. 공부가 직업이다. 어쩜 그런 직업이 다 있는지. 그런데 교수님이 어디 한 번 너도 당해봐라 싶은 못된 마음으로 대학원에 초대할까?


나는 다르게 본다. 많은 교수님이 대학원을 추천하는 이유는 본인 경험 때문이다. 교수라는 직업은 많은 대학원이 꿈꾸는 멋진 종착지다. 이제는 교수가 돼버린 그들은 어떤 루트를 밟으면 교수가 되는지 안다. 말해 뭐 하다만 교수는 좋은 직업이다. 따라서 교수님이 면담 온 똘똘한 학생에게 대학원을 권하는 건 애정 어린 선의의 마음이다.


나는 세상 많은 "선언"이 이런 오해를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친구와 동업하지 말라는 선언

친구와 동업하지 말라는 말은 유명하다. 교수님 예시로 생각하자. 대학원을 권하는 교수님처럼, 저 화자도 경험담일 확률이 높다. 물론 나쁜 경험담이겠지.

 동업자와 트러블이 있거나, 동업 결과가 안 좋을 거다. 그러니 친구와 동업하지 말라는 조언은 당연하다. 걱정하는 말일 지도 모른다. 그런데 대학원을 가야 하는 게 정답이 아닌 것처럼, 친구와 동업하지 말라는 조언도 언제나 정답이 될 수 없다. 나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동업 권유기를 써본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더더욱 동업은 장점이 된다. 아래 4가지만 잘 맞는다면.

 

나는 군대 선임이었던 친구와 동업을 했다. 전역한 지는 10년이 돼간다. 사업은 현재까진 스무스하다. 스무스하다는 게 매출은 아니고 관계에 대한 말이다. 나는 좋은 동업자를 찾기 위해서 4가지를 살펴보라고 말하고 싶다.


1) 본업을 잘하는가?

회사 일을 잘하면, 회사 밖에서도 잘할까? 모른다. 그 둘은 전혀 연관성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회사일도 못 쳐내면서, 플러스알파를 잘할 수는 없다. 아주 간단한 계산이다. 물론 일의 형태, 내용,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회사 일에 소질 없다면 동업자로 함께하기 어렵다. 어려운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하지만 동종 업계가 아니라면 상대방이 본업을 잘하는지, 못 하는지 알기 어렵다. 그럴 때 한 가지 살펴보는 방법이 있다.  

 본인이 하는 일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면 본업을 잘하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배경 지식이 하나도 없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일은 어렵다. 어려운 단어는 풀어서 설명해야 하고, 그 일이 왜 의미가 있고, 중요한지를 알기 위해선 일의 전체 맥락을 알고 있어야 한다. 만약 구구절절 설명하는 데 이해가 안 된다면 듣는 사람 잘못 보단 말하는 사람 잘못이 크다. 양자역학 정도의 문제가 아니고서야 같은 직장인이라면 충분히 쉬운 언어로 본인이 하는 일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너 무슨 일해? 그게 어떤 일이야? 그게 꼭 필요한 일이야? 등등 질문하다 보면 상대가 얼마나 본업에 진심이고, 잘 이해하고 있는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2) 창업 목적이 동일한가?

직장인 창업자는 생각보다 첫 번째 우선순위가 "수입"이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200만 원 벌 거, 100만 원 벌더라도 공수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한 가치일 수도 있다. 혹은 수입이라는 우선순위가 동일하다고 할지라도, 그 수입이 정확히 얼마인지에 따라서 들여야 하는 노력과 정성이 다르다. 직장인 창업 동기는 생각보다 복합적이고 다양하다.   

예를 들어 누군가 우리에게 왜 창업했냐고 묻는 다면 우리 대답은 "회사 밖 실험"이다. 0부터 100까지 우리 손으로 뚝딱뚝딱 만들어서 "내 일", "내 사업"을 가꾸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물론 두 번째는 수입이긴 하다. 그런데 첫 번째 목표가 50이면, 수입은 30 정도 포션이다. 그래서 수입도 생각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우리가 이 파티룸 창업을 통해서 얻고 싶은 1번은 돈 보단 경험치다. 경험치를 쌓으면 당연하게 돈은 따라올 거라고 믿는다. 최소한 우리가 이 짓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한.

 만약 동업하려는 친구가 있다면 둘의 우선순위를 이야기 해보길 바란다. 최소한 우선순위의 1번과 2번은 같아야만 그다음을 계획할 수 있다. 그게 수입이라면 대략적인 금액까지도 미리 얘기 나눠보는 게 좋다.


3) 시너지 효과가 확실한가? 

우리는 파티룸 / 렌탈 스튜디오를 팔지만 나와 동업자가 그 공간을 보는 시선은 약간 다르다. 동업자는 전시기획, 공간 기획을 전문으로 한다. 인테리어 감각이 풍부한 그 친구에겐 파티룸 공간은 작품의 성격을 가질 때가 있다. 그에 반해 나는 사실상 공간이 올 화이트가 됐든, 개성이 좀 없어도 상관없다. 나에게 그 공간은 제품에 가깝다. 가령 슬리퍼가 좋은 예시다. 우리 가진 슬리퍼는 정말 촌스러웠다. 동업자는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공간에 그런 슬리퍼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나는 조금 생각이 달랐다. 일단 필요했다. 또추가로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편하면 장땡이고, 사람들이 신으면 장땡주의였다. 동업자 친구가 공간을 작품 7, 제품 3으로 생각하면 나는 제품 7, 작품 3 정도의 비중으로 생각했다. 말이 길었는데, 그러니까 서로 제품과 작품을 주장하면서 의견이 잘 어우러져서 균형 있게 유지되고 있단 말이다.

 다른 의견을 줄 수 있는 사람과 일 할 수 있는 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최소한 자기 분야에 대해선 조금은 꽉 잡고 있어야 한다. 동업자는 공간을 실제로 만지고, 칠하고, 더하고 하는 건 정말 잘한다. 이에 반해 나는 그거보단 조금 더 다른 개념에서 힘을 쓴다. 계획을 짜고, 고객 응대를 하고, 마케팅을 하는 데 포커싱 한다. 물론 내가 가진 경영의 깊이가, 동업자가 가진 손재주에 비할바가 못된다. 그는 전문가고 나는 아직 한참 배워야 하는 습작생정도다. 깊이의 여부를 떠나서 최소한 둘의 포지션이 명확하게 구분되고 다르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4) 잘 아는가?

"연애할 땐 좋지만 결혼하면 무조건 싸움 난다"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가. 싸움이 필연적이라면, 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하나.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면 싸울 때마다 너무 마음 아플 거 기 때문에?


당연히 이상한 결론이다. 오히려 그 싸움이 분명하게 예정돼 있기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 그래야 싸움의 강도와 빈도가 적고, 화해도 빠르다.

마찬가지로 동업하면 싸운다는 말은 유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그것이 안 친한 사람과 동업할 근거가 되진 못한다. 나는 이왕이면 친한 사람과 동업을 추천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업무 외에 이야기도 즐겁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히스토리를 알고 있기에 신원도 보장된다.  

 친한 사람과 동업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1) 본업 여부, 2) 창업 목적, 3) 시너지 효과를 살피지 않고 단순히 4) 잘 아는가? 만 확인했을 때 생기는 문제다. 생각보다 일로 엮여보기 전까지 우리는 어떤 사람을 잘 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먼저 현실적인 조건을 먼저 살피고, 그중에서 뜻이 맞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다만 순서를 4번에서 시작해서 1, 2, 3번으로 가려고 하지 말자. 실패가 많은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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