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는 박사가 화장실 청소를 하고, 또 다른 박사가 창고 정리를 한다.
한 박사가 못질하면 다른 박사는 요리했다.
박사가 쓰레기를 버리고 박사가 온갖 심부름을 한다.
박사, 박사, 박사…. 박사가 아니면 살 수 없나? 온통 박사들만 살고 있다.
가끔가다 석사도 있긴 했다. 정말 드물게 1% 정도의 학사도 있긴 했다. 그러나 그 이하의 학벌은 정말 단 한 명도 없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평균 학벌이 높은 그곳.
북극.
수많은 박사 연구원들이 거주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평균 학벌이 높은 지역이었다.
그러나 그곳의 사람들이 모두 도덕적으로 올바른 ‘인간’이었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모르겠다.
그들은 연구라는 이름으로 무자비한 행위를 해왔다.
만약 그 똑똑한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그 북극곰 가족은 더 행복했을까?
생태가 점점 파괴되어가는 북극에서 북극곰의 생태를 보호하기 위한 작업이 벌어졌다.
그들은 어미와 새끼가 같이 살아가는 북극곰 한 쌍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연구와 보호라는 그럴싸한 이유로 새끼 북극곰을 데리고 갔다.
그들이 타고 온 작은 보트에 어미 곰까지 태우기는 무리였기 때문이었다.
어미 곰의 저항은 북극의 모든 얼음을 녹일 만큼 격렬하였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마취총은 어미 곰의 모성애에서 나오는 강렬한 저항을 잠재우기에 충분하였다.
마취가 풀려 눈을 뜬 후,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몸 같은 새끼를 빼앗긴 어미 곰의 울음소리는 며칠이나 북극 하늘에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