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림 소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지언 Sep 28. 2020

너무 잘 그려서 탈

“건방져.”    


나는 내 절친한 화가 친구에게 한마디 했다.    


“야, 네 실력이 좋다는 건 알겠어. 그래도 넌 너무 건방져.”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우리가 다 친하기 때문이다.    


“너도 인정하잖아? 내 그림 실력. 난 정말로 유명한 화가가 되고 싶어.”    


“그렇다고 위작을 만드는 게 너의 명성을 높이기 위한 올바른 행위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네 화가 경력에 큰 흠집이 날걸? 아마 위대하고 유명한 화가가 되겠다는 꿈은 접어둬야 할 거다.”    


“흠…, 그렇단 말이지?”    


“야, 허튼 생각 하지 말고 일단 의뢰받은 일부터 착실히 해. 그러다 보면 명성은 저절로 쌓이게 되어있어.”    

내가 너무 쏘아붙인 걸까? 그래도 이 정도는 해줘야 정신을 차릴 것 같아서 일부러 독하게 한 것도 있다.    


확실히 이 녀석은 잘 그린다.    


초상화면 초상화, 풍경화면 풍경화, 정물화면 정물화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그려낸다.    


저 엉뚱한 생각만 고친다면 언젠가 분명히 위대한 화가가 될 것 같긴 하다.    


***    


“야, 나 네 조언을 듣고 그림 하나 그려봤다!”    


“뭐?”    


“위작은 아닌데, 내 실력을 뽐낼 수 있을 만한 그림을 그렸단 말이지!”    


“너 설마 또 위대한 화가들의 그림을 네 맘대로 그린거냐?”    


“야야, 네가 말해줬잖아. 위작은 안 된다고.”    


“아니, 그럼 뭘 어떻게 그린건데?”    


“일단 한 번 와서 봐봐.”    


나는 녀석의 뒤를 따라 작업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 녀석의 엉뚱함에 이마를 내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    


“맙소사.”    


“어때, 대박이지?”    


이 녀석! 설마 그림을 파는 화랑을 그릴 줄이야!    



TENIERS David the Younger <Archduke Leopold Wilhelm In His Galler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