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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Lewis
흐리게 비벼진 세상만 한 그릇 남아서
비비는 만큼 비빔면은 맛있어졌다
일 치르고 혼자 남은 첫 날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면을 삶고 오이를 잘랐다
어슷썰기로 뚝 뚝
도마 위 칼 소리만
동그랗게 떨어졌다
남은 비빔장을 모두 풀고
눈을 비볐다
빨개질 때까지
물기 찰 때까지
양념은 왜
오래된 게 더 매울까
냉장고가 기억하는 세월
짙은 내용물
세상에 두고 간 마지막 손맛이
희미해졌다
흐리게 비벼진 세상만
한 그릇 남아서
- <잔반>, 해일(필명)
가끔 시를 쓰고, 좋아하는 것들을 더 좋아할 방법에 대해 늘 궁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