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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일 Jun 18. 2021

평균율

없었잖아 처음부터, 우릴 담을 음계 같은 건

 

1

세상이 기울어질 땐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그러면

반고리관이 멈추는 게 느껴졌다 

- 뛰어내려 봤어?

우주에서 말이야 눈을 막고 귀를 감자

알지 무언가 빗나가고 있어


없었잖아 처음부터 

우릴 담을 음계 같은 건


야간자율학습 시간이면 

옥상에서 재즈를 나눠 들었다 쪼개지는 화음 속에

서로를 넣었다 반고리관이

귓속 위성이 돌다가 돌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밤 은하를 건네주는 기분으로 주말을

덜 기다리는 마음으로


계단에 서서 평균대 위의 첨예를 느끼는 것 벼려진 날 위에서

에펠탑  꼭대기가 된 발을 신는 것 그런 건 너무 쉬웠잖아

눈을 바라보며 시차를 쟀다 나노초 전과 이미 우린 달라졌어

그런 말을 기억하는데


넌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고 대신 등대를 보러 갔다

밝힐 것이 없는 별들

적당히 어긋났던 날씨 

나눠 쓴 우산 아래 빗금처럼

어깨가 내려왔는데


마지막 방학식

그날은 너무 길었다 비틀거리던 지평


2

개학날 스쿨버스는 정류장을 하나 

건너뛰었다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없던 정류장처럼

반장이 교탁 앞에서 소식을 전했다

돌려주지 못했다 빌린 우산을


기압골이 흐트러졌다

어떤 화음도

넣지 못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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