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었잖아 처음부터, 우릴 담을 음계 같은 건
1
세상이 기울어질 땐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그러면
반고리관이 멈추는 게 느껴졌다
- 뛰어내려 봤어?
우주에서 말이야 눈을 막고 귀를 감자
알지 무언가 빗나가고 있어
없었잖아 처음부터
우릴 담을 음계 같은 건
야간자율학습 시간이면
옥상에서 재즈를 나눠 들었다 쪼개지는 화음 속에
서로를 넣었다 반고리관이
귓속 위성이 돌다가 돌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밤 은하를 건네주는 기분으로 주말을
덜 기다리는 마음으로
계단에 서서 평균대 위의 첨예를 느끼는 것 벼려진 날 위에서
에펠탑 꼭대기가 된 발을 신는 것 그런 건 너무 쉬웠잖아
눈을 바라보며 시차를 쟀다 나노초 전과 이미 우린 달라졌어
그런 말을 기억하는데
넌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고 대신 등대를 보러 갔다
밝힐 것이 없는 별들
적당히 어긋났던 날씨
나눠 쓴 우산 아래 빗금처럼
어깨가 내려왔는데
마지막 방학식
그날은 너무 길었다 비틀거리던 지평
2
개학날 스쿨버스는 정류장을 하나
건너뛰었다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없던 정류장처럼
반장이 교탁 앞에서 소식을 전했다
돌려주지 못했다 빌린 우산을
기압골이 흐트러졌다
어떤 화음도
넣지 못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