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일 Jun 18. 2021

평균율

없었잖아 처음부터, 우릴 담을 음계 같은 건

 

1

세상이 기울어질 땐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그러면

반고리관이 멈추는 게 느껴졌다 

- 뛰어내려 봤어?

우주에서 말이야 눈을 막고 귀를 감자

알지 무언가 빗나가고 있어


없었잖아 처음부터 

우릴 담을 음계 같은 건


야간자율학습 시간이면 

옥상에서 재즈를 나눠 들었다 쪼개지는 화음 속에

서로를 넣었다 반고리관이

귓속 위성이 돌다가 돌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밤 은하를 건네주는 기분으로 주말을

덜 기다리는 마음으로


계단에 서서 평균대 위의 첨예를 느끼는 것 벼려진 날 위에서

에펠탑  꼭대기가 된 발을 신는 것 그런 건 너무 쉬웠잖아

눈을 바라보며 시차를 쟀다 나노초 전과 이미 우린 달라졌어

그런 말을 기억하는데


넌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고 대신 등대를 보러 갔다

밝힐 것이 없는 별들

적당히 어긋났던 날씨 

나눠 쓴 우산 아래 빗금처럼

어깨가 내려왔는데


마지막 방학식

그날은 너무 길었다 비틀거리던 지평


2

개학날 스쿨버스는 정류장을 하나 

건너뛰었다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없던 정류장처럼

반장이 교탁 앞에서 소식을 전했다

돌려주지 못했다 빌린 우산을


기압골이 흐트러졌다

어떤 화음도

넣지 못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