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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일 Jun 18. 2021

어쩌면, 기면증에 걸린 밤

둘의 귓속을 뺀 세상은 정전

우리가 달팽이관을 나눠 갖기로 한 날

- 같이 들을래?


숨이 가 닿는 곳이 궁금해질 때면

세상엔 숨이 너무 많아서


숨소리가 엉킨 곳에 손가락을 넣어 매듭을 풀었다 

속삭여, 부르면 모든 소음이 일제히 흩어지는 걸 보고

네 손이 내 눈 위에 폭설처럼 덮이면


둘의 귓속을 뺀 세상은 정전

사락거리며


모든 소리를 꺼야 잠이 올 것 같았어

네 숨소리까지도


같이 녹을래?


물잔에 탄 알약은 흰 빛만 남기고 녹는다

새벽이 흰 빛이면 좋겠다고

칠하지 않은 색칠놀이판처럼 

테두리만 남은 세상 같은 걸 말하는 

네 목소리가


너무 희미해서 손목을 붙잡아야 했어 

그만 깜빡이라고


폭실한 담요 속에서 사라질까

그럴 땐 손을 뻗어 네 테두리를 가늠하곤 했다

눕기만 해도 잠들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것 같아


방학하는 옥상

네가 삼킨 모든 계단을 세면서 서있고만 싶었어


잠이 될 수 있는 시간들을 헤아리면

이불 속 숨죽인 너에게

잠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선물하고


어쩌면

관 같은 건 반쪽만 있어도 괜찮다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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