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의 귓속을 뺀 세상은 정전
우리가 달팽이관을 나눠 갖기로 한 날
- 같이 들을래?
숨이 가 닿는 곳이 궁금해질 때면
세상엔 숨이 너무 많아서
숨소리가 엉킨 곳에 손가락을 넣어 매듭을 풀었다
속삭여, 부르면 모든 소음이 일제히 흩어지는 걸 보고
네 손이 내 눈 위에 폭설처럼 덮이면
둘의 귓속을 뺀 세상은 정전
사락거리며
모든 소리를 꺼야 잠이 올 것 같았어
네 숨소리까지도
같이 녹을래?
물잔에 탄 알약은 흰 빛만 남기고 녹는다
새벽이 흰 빛이면 좋겠다고
칠하지 않은 색칠놀이판처럼
테두리만 남은 세상 같은 걸 말하는
네 목소리가
너무 희미해서 손목을 붙잡아야 했어
그만 깜빡이라고
폭실한 담요 속에서 사라질까
그럴 땐 손을 뻗어 네 테두리를 가늠하곤 했다
눕기만 해도 잠들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것 같아
방학하는 옥상
네가 삼킨 모든 계단을 세면서 서있고만 싶었어
잠이 될 수 있는 시간들을 헤아리면
이불 속 숨죽인 너에게
잠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선물하고
어쩌면
관 같은 건 반쪽만 있어도 괜찮다 생각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