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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일 Jul 02. 2021

파랑주의보

우리 다 그래 본 적 있잖아

파랑, 하고 부르면 진짜 파랑이 될까 봐

파, 까지만 부르고 말았잖아

랑, 발음할 때 혀가 톡 일으키는 물방울이

한 시절 되어 몰아칠까 봐


손바닥만한 마음 갖고도 종일

숨겼다 들켰다 하는 연안처럼

금이라도 밟을까 봐


온 신경을 집중해 파랗게 쳐야 했잖아

뭍에 닿으면 부서질 걸 알면서


동그랗게 몸을 말면

가장 완벽한 파랑, 그럴 때 우린


사랑 대신 파랑

바랄게, 대신 파랄게


속삭임이 물들면 

그 색은 분명 소라색

물결이 볼을 붉히면 그건 연보라

포말이 톡, 터지며 뭍의 끝을 적실 때


간지러움은 마음보다 빨라서

먼저 부딪히고 터졌잖아

뭔지 모를 마음을 동그랗게 담고


파랑, 파랑해

속삭이면서 

닿을 듯 말 듯 간질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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