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테두리에 낀 묵은 때
마음이 쌓이는 곳엔 지나고 보면
묵은 때가 자리 잡는다.
매일 닦고, 정리하며, 나를 조금씩 알아가는 이야기.
살림하며 다듬는 마음
싱크대는 매일 사용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며 물과 손이 끊임없이 닿는 공간.
겉보기엔 깨끗해 보이고,
수건으로 한 번 훑으면 반짝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가장자리, 실리콘 테두리 사이에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묵은 때가 스며들어 있다.
처음엔 물때였다.
그저 흘러넘친 물이 말라붙은 흔적일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어두워지고,
닦아도 잘 지워지지 않는 끈적한 얼룩이 된다.
손으로 슬쩍 닦아도 남아 있고,
세제를 뿌려도 한 번엔 벗겨지지 않는다.
결국은 한참을 문질러야만
비로소 그 속살이 드러난다.
살면서 이런 감정도 있다.
작은 서운함,
순간의 오해,
설명 없이 흘러가 버린 말들.
그때는 별거 아니라고 넘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리를 잡고,
내 마음 가장자리 어딘가에 검은 얼룩처럼 남아 있는 감정들.
그 감정들도 싱크대 테두리의 묵은 때처럼
한 번에 지워지지 않는다.
말로 풀어보려 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고,
그냥 덮고 살자니 자꾸 마음을 눅눅하게 만든다.
결국은 나만 아는 불편함이 되어
나도 모르게 관계를 어긋나게 한다.
때론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때론 내가 넘긴 행동 하나가
마음속 어딘가에 스며들어
묵은 때처럼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그걸 들여다보지 않으면
결국은 더 큰 감정의 덩어리가 된다.
그래서 닦는다.
물과 솔을 들고
한참을 문지르듯
내 마음속 묵은 감정도 조심스럽게 꺼내어 본다.
불편했던 그날의 말투,
참았던 마음,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
그 모든 것을 하나하나 떠올리고,
어쩌면 뒤늦게라도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해 보려 애쓴다.
그렇게 마음을 닦고 나면
관계도 다시 반짝일 수 있을까.
싱크대 테두리처럼,
다시 맑고 환한 마음이 되어
서로를 마주 볼 수 있을까.
삶의 많은 장면은
이렇게 작은 살림 속에 숨어 있다.
묵은 때를 닦아내는 일,
그건 어쩌면 나를 돌보는 일이다.
내가 얼마나 무심했는지,
얼마나 놓치고 있었는지를
알아차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살림은, 그렇게 나를 정직하게 비추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