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가는 마음의 피로

빨래 바구니의 무게

by 시나브로

마음이 쌓이는 곳엔 빨랫감도 쌓여간다.
매일 닦고, 정리하며, 나를 조금씩 알아가는 이야기.



살림하며 다듬는 마음




빨래 바구니는 참 묘하다.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매일 무게가 다르다.


어떤 날은 가볍다. 수건 몇 장, 얇은 셔츠 두세 벌.
별로 손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날은 깜짝 놀랄 만큼 무겁다.
흙 묻은 운동복, 땀에 절은 이불, 젖은 유아용 옷까지.
쌓이다 보면 들어 옮기기도 벅차다.

바구니를 드는 순간 느껴지는 그 무게에
문득 마음이 스친다.
감정도 이와 닮아 있구나.
살면서 마주하는 감정의 무게도
날마다 다르다.
어떤 날은 가볍고,
어떤 날은 도무지 감당하기 힘들 만큼 무겁다.

바구니는 가득 찬 채로 오래 두면 곰팡이가 생긴다.
젖은 수건은 냄새가 배고,
시간이 지난 옷은 얼룩이 스며든다.


감정도 그렇다.
풀지 않은 채 쌓아두면
내 안에서 부패하기 시작한다.


서운함이 분노가 되고,
후회가 자책으로 번지고,
말하지 않은 감정이 오해로 변한다.

그래서 바구니는 비워야 한다.
자주, 정성껏.
때로는 분류도 필요하다.


흰 빨래는 흰 빨래대로,
섞이면 안 되는 색은 따로 분리해야 한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그냥 무작정 털어놓는다고 해서
다 괜찮아지는 건 아니다.

조심스럽게 꺼내고,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말의 온도를 맞춰야 한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그래야 서로가 다치지 않는다.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버튼을 누른다.
웅― 하는 소리와 함께
빨래들이 물속에서 뒤섞인다.
뽀얀 거품이 피어오르고
무게 있던 옷들이 부드럽게 움직인다.
그걸 보며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진다.


쌓아두었던 감정도
이렇게 세탁되었으면 좋겠다.
조금 흔들리고, 물에 잠기고,
다시 맑아져서 꺼내졌으면.

그리고 햇살 가득한 날,
베란다에 널린 옷가지들처럼
마음도 바람에 흔들리며
말라가기를.

감정의 무게는 줄일 수 없지만
자주 들여다보고,
쌓이기 전에 비워낸다면
조금은 덜 버거운 하루가 될지도 모른다.

빨래 바구니를 비우는 일.
그건 마음을 비우는 일과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