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의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1]
잘 도착했어요? 그곳의 시간은 시계 바늘의 어느즈음을 가르키고 있을까요? 당신이 떠난 이곳의 시간은 아직 24시간이 체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24시간의 몇 배속을 지나 멀리까지 가 버린 느낌이네요. 그냥 당신이 이곳에 없다는 사실이 좀 낯설고 사뭇 외롭네요. 언제고부터 이 시간을 각오하고 있었지만 막상 당신의 뒷 보습을, 아니 손을 흔들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당신을 생각하며 편지를 써요. 그리움으로 시작했지만 실은 아직도 하지 못한 말들이 많아서, 해야 할 말이 남아서 이 편지를 시작해요.
어젠 늦은 시간까지 작업실에 있다가 돌아온 덕분에 아침엔 살짝 늦잠을 잤어요~ 늦은 아침출근을 하고 저녁엔 친구와 저녁에 가볍게 맥주 한잔을 하고 돌아와 밀린 쓰레기를 버리고 설거지를 하고 두 냥이 녀석들과 놀아주고 나니 벌써 제법 바쁜 하루를 살아냈어요. 혹시 망연자실 소주나 한잔 하게 되지 않을까 했지만 그래도 가볍게 집 청소를 하고 음악을 들으며 쌓아두었던 책 몇장을 읽고 잠이 들기 전에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몇자를 썼어요.
오늘은 책을 보다가 ‘유일무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어요. 어린이들에게 글쓰기 주제로 ‘나는 왜 유일무이한가?’라는 숙제를 내 주었다는데 작가는 유일무이의 ‘유’는 있을 ‘유’가 아니라 오직 ‘유’라는 사실에 놀랐다고 하네요. 유의 ‘오직’이라는 의미가 새삼 멋지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는 어떤 면에서 유일무이 한지…어린이들에게 내 주었다던 글쓰기 숙제를 하듯이 나도 숙제를 생각해보았어요. ‘유일무이하게 음악을 하면서 공무원을 하는 음악가?’ 생각해보면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유일무이한 목소리의 가수?’ 라고 생각하기엔 세상에 매력적인 목소리가 너무 많고 내 개성이 강하지도 않지요
‘유일무이한…나’ 참으로 찾기가 어려워지니 내 스스로 참 작아지더라고요. 내가 보는 당신은 참 ‘유일무이한 사람’인데, 대체 불가능한 사람인데…
내 사랑의 ‘유일무이’를 꿈꿔보지만 그건 드라마에나 나오는 그런 추상적이고도 꾸며진 이야기겠죠.
그래도 당신 인생에 내가 ‘유일무이한’ 어떤 사람이기를 기대해봐요.
혹시라도 언젠가 당신이 돌아온다면 손을 잡고 산을 오르고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함께 바닷가에 앉아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그렇게 다시 서로의 곁을 지켜줄 시간들을 기대해봐요.
24시간을 오롯이 혼자 살아내느라 좀 지쳤어요
오늘은 이만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어요.
당신도 당신의 시간안에서 편안한 잠 들기를 바래요.
또 편지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