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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의노래 Jan 12. 2022

I miss you… 당신과 나 사이에

[먼 곳의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5]

I miss you.
어떻게 ‘놓치다’는 말을 나와 너 사이에 넣어서 그리운 마음을 표현할 생각을 했을까.
내가 놓쳐버린 그 시간. 나를 지나가 버린 그대가 그리움이다.

- <그리움의 문장들>, 림태주-



만원 지하철.

바쁜 아침의 풍경은 늘 전투에 나가는 사람들처럼 초각을 다투는 분쟁이 일어나는 시간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 바쁨의 분쟁은 매일 아침 어떤식으로든 불편한 순간을 만들어내곤 합니다.

푸른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고 달리다가 빨간 신호 앞에서 멈춘 내 위로 거대한 몸집의 남자가 덮쳤어요.

차 사고였다면 내 차가 전복될 수도 있었을 만큼의 타격으로 이 바쁜 아침은 불쾌함과 통증으로 시작해요.

지하철안에서는 서로의 영역을 확보하여 흔들리지 않으려는 밀고 당김이 벌어지고 겨울옷으로 무장한 사람들은

조금더 좁아진 공간안에서 서로의 영역을 지켜내려는 눈치싸움의 연속이지요. 그런 매일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할 시간마저 잊게 되는건 아닐까요.

행복한 언어로만 당신에게 안부를 묻기엔 오늘도 나의 일상은 이리도 바투고 복잡합니다.


그리움의 언어는 잠시 평온의 시간이기도 한 것 같아요.

몇 일간 정신없는 일들에 휘몰아치다가 아주 간만에 조용히 혼자 맞는 아침

아침의 전복사태로 인한 왼쪽팔의 통증이 가시지 않지만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리움의 말들”이라는 문장을 오랫동안 되뇌어 왔었는데, <그리움의 문장들>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어요.

책 초입에 써 놓은 ‘I miss you’ 라는 단어의 새로운 해석. 서로를 놓친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그립다고 말 할때

정작 당신이, 그 사람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당신과 나 사이에 놓여 있는 수많은 오감의 시간들,

그 놓쳐버린 시간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간혹 외국에 있는 친구들과 SNS에서 만나면 서로에게

‘I miss you’라는 말을 곧잘 하곤 했는데, 어쩐지 한국말로 ‘보고 싶다’라는 말은 쉬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어쩌면 I miss you는 꼭 만나야 하는 다음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지난 시간의 ‘그리움’을 담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어요.


지난 시간의 노래들을 모아내며 내가 생각했던 단어도 ‘그리움’이었더랬어요.

행복한 시간의 그리움들…

배를 타고 가며 보던 수평선너머의 풍경, 여기저기 들리던 웃음, 스쳐가던 바람, 하늘빛바다, 산에걸친 구름, 뽀드득거리던 눈덮인 산등성이,

숲사이 들리던 미세한 돌멩이 소리, 나무숲 사이 하늘, 기분 좋은 냄새의 음식들, 차가워진 손위로 온기의 손…

그래서인가봐요. 그 그리움의 언어 속에 들어 있는 시간의 기억들이 오늘 겨우겨우 나의 평온을, 나의 온기를 회복시켜주는것 같아요.


I miss you






 괜찮아 그대


 괜찮아 그대, 내게 오지 않아도

 괜찮아 그대, 멀리에 있어도

 삶의 무게에 그대 흔들려도

 저만치 멀리서 그대 노래 할게요


 손을 뻗어도 만날 순 없지만

 마주하던 눈빛으로 사랑할게요

 부치지 못할 편지를 써내려가면서

 사라지지 않고 바라볼게요


 괜찮아 그대, 가끔 아파해도

 괜찮아 그대, 눈물을 보여도

 삶의 시간에 밀려 허둥거려도

 저만치 멀리서 그대 곁에 있을게요


 끝내 만나지지 못할 사람아

 그래도 봄은 오고 겨울은 가요

 그대에게로 가는 이 그리움은

 조금도 멈추지 않을거예요


 나 오래, 천천히 기다길게

 나, 사라지지 않고

 나 오래, 천천히 기다릴게

 나,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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