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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작가 Sep 05. 2023

여행작가 서현경의 여기저기 여행기

이번에는 우즈베키스탄이다 (1)

P형 인간의 여행지 선정 기준     


내게 여행은 어떤 곳에 가고 싶다는 호기심이나 관심에서 시작된다기보다는 떠나고 싶다는 열망에서 시작된다. 그게 어디든 지금 내 조건에 맞는 곳이라면 일단 떠나는 게 나의 여행이다. 그래서 여행지를 고를 때도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내 상황과 형편을 고려해 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시간이나 돈 같은 것 말이다. 


스카이스캐너를 열어 ‘어디든지’ 탭을 눌러 장소와 시간에 상관없이 최저가 항공권을 찾거나 땡처리 항공을 열어 출발 날짜가 임박한 말 그대로 ‘땡처리하는 항공권’을 구매하기도 한다. 요즘 말로 하면 MBTI에서 P형 인간의 전형이라고 하면 될까. 


그리고 또 하나 여행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그건 바로 현지에 재워주고 먹여줄 친구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솔직히 이게 가장 크게 작용하는 요소인데 소위 여행작가로서 여행지 선정에 좀 더 근사한 이유 들면 있어 보이고 좋으련만, 이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행자에게 숙박비가 얼마나 많은 예산을 차지하는지 아는 여행자라면 그다지 황당한 이유라고만은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날 반겨주는 친구가 있고 심지어 재워주고 먹여주고 여행 정보까지 제공해 준다면 이런 기회를 날릴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이번 여행지가 우즈베키스탄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코로나로 뜻하지 않게 오래 은둔 생활을 할 수밖에 없던 시간 동안 떠나고 싶은 열망이 차올랐고, 드디어 떠날 수 있게 되었을 때 당장 갈 수 있는 곳. 게다가 기꺼이 숙박을 제공해 주겠다는 친구가 있는 곳이 바로 우즈베키스탄이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안 갈 이유가 없는 곳. 아니 꼭 갈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듯 모든 게 딱 맞아떨어진 곳. 그래서 이번에는 우즈베키스탄이다.      


생각보다 가까운 나라 우즈베키스탄     


중세 이슬람 유적과 옛 실크로드 흔적, 샤슬릭과 라그만 등 우즈베키스탄에서 봐야 할 것과 먹어야 할 것들을 두서없이 머리에 집어넣었다. 다소 성급하고 엉뚱하게 정한 여행지일지라도 얼마 만에 가는 여행인데 대충 지내다 올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는 사이 비행기는 어느새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인천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까지는 비행기로 약 7시간 거리. 런던이나 파리 가는 시간의 반절이고 방콕 가는 시간과 비슷하다고 보면 우즈베키스탄은 생각보다 꽤 가까운 편이다. 타슈켄트행 직항도 매일 3편이 운행되고 있으며 비자도 필요 없다. 이제껏 가볼 생각을 안 한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한적한 타슈켄트 공항을 나오니 그제야 여행을 왔다는 실감이 났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마저 나를 반겨주는 것 같아 설렘이 최고치를 찍는가 싶었던 그때였다.


“탁시! 탁시!”

“한국 사람? 택시?”


우즈베키스탄어와 한국어가 섞인 혼돈의 상황 속에 아저씨들이 나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택시기사들이었다. 도착의 설렘은 곧 긴장감으로 바뀌며 그렇게 우즈베키스탄 여행의 첫 미션이 주어졌다. 


나는 과연 이들 중 괜찮은 택시를 골라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그런데 얼마예요가 우즈베키스탄 말로 뭐였더라? 


우즈베키스탄 여행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https://www.mydaily.co.kr/page/view/2023082809111534910

마이데일리에 우즈베키스탄 여행기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격주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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