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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쥬스 Nov 10. 2019

<삼삼한 이야기> 그 249번째 통조림

겨울은 아니지만 겨울에 가까운

1. 겨울잠


동물은 겨울잠을 잔다. 겨울잠 덕분에 빙하기에서 살아남아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영장류에 속하는 인간이긴 하지만, 겨울잠의 본능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스트레스와 고민을 잠과 잠에 섞인 망각성분으로 해결하는 나 같은 사람은 특히 그럴 것이다. 요샌 잠이 많아져 아침마다 헤맨다. 한편으론 사나운 꿈을 헤매다 새벽에 깨기도 한다. 얼마전엔 말하기 힘들 정도로 무서운 꿈을, 꿈이라기 보단 어떤 장면을 꾸었는데, 그걸 보는 순간 갑자기 뒷덜미가 짜릿하고 몸이 뻣뻣해져서, 누가 잠들어있는 나한테 마약 같은 걸 주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꿈 속에서 했다. 처음 경험하는 종류의 악몽이었다. 꿈은 거의 잊혀졌는데 그 감각만은 아직 생생하다. 예전에 한 친구는 꿈을 꾸고 싶어서 수면제를 먹는다고 했다. 꿈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어서 즐겁다면서, 영화관 티켓을 예매하듯 수면제를 먹었다. 그러면서 꿈 얘기를 늘어놓았는데, 모든 남의 꿈 얘기가 그렇듯 듣는 입장에선 큰 감흥이 없었다. 그 친구는 요즘도 새로운 꿈과 장면들을 만나고 있을까.



2. 아무 일 없는 날


하루종일 집에서 보낸 일요일이었다. 꾸고 나서 잊어버린 꿈들처럼, 기억에 남을만한 소재 없이 하루를 보냈다. 한때는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잠들기 전에 죄책감을 느꼈다. 오늘은 그런 마음은 아니다. 그냥 이 비어있는 시간이 어떤 길게 이어진 한 덩어리 시간 속의 쿠션 같다. 그렇다고 내가 요새 뭐 박터지게 바쁜 나날들을 보낸 건 아니지만... 가끔 이런 날엔 카카오톡 친구목록을 둘러보면서 생각해본다. 이 사람들은 이런 날에 뭐하지?



3. 고백할 내면이 없는


이 문장은 내것이 아니다. 어느 책에서 본 거 같기도 하고, 선후배의 습작소설에서 본 거 같기도 하고. 출처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디서 주워온 문장인데 나한테 오래 남아있다. 나는 항상 이 3번쯤 오면 그다지 할 말이 없다. 애석하게도 난 말할 거리가 넘쳐나는 사람이 못된다. 그래서 역으로 어색한 침묵을 잘 견디기는 한다.



...



하하 요새 날씨가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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