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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고래 May 10. 2024

[기독교 서적 3권 리뷰]

<뒷골목에서 만난 하나님> <안녕, 기독교> <어쩌다 거룩하게>

[기독교 서적 3권 리뷰]

#bookreview


sns의 순기능이랄까. 김기석 목사님은 온라인 안에서도 충분히 영적 교제를 나눌 수 있고, 다양한 사역과 교제를 권하기도 하셨다. 요즘 매력 없는 ‘페이스북’을 삭제하지 못하는 이유도 몇몇 훌륭한 분들의 글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김디모데 목사님의 <뒷골목에서 만난 하나님>, 김정주 작가님의 <안녕, 기독교>, 작가이자 신비와저항 원장 박총님 추천 <어쩌다 거룩하게>의 기독교 서적을 간단하게 리뷰한다. 재밌다. 이 세 권의 공통점. 복음이 실제 삶과 사회와 교회에서 구현되는 과정과 생각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사랑, 은총, 연민, 노동, 투쟁 등의 단어들로 정리하기에는 부족하다. 가끔은 내가 어쩌다 기독교인이 되었는지 모르겠고, 어쩌다 애 넷을 낳아 게다가 개까지 키우며 심히 피곤한 삶을 사는지 모르겠지만 그 ‘어쩌다’에 신비와 섭리를 발견하는 재미로 중년을 잘 보내고 있는 듯하다.


1. 《뒷골목에서 만난 하나님》, 김디모데 지음, 선율 출판

“네가 목사를 제대로 하면 춥고 배고플 것이지만 엉터리로 하면 등 따시고 배부를 것이다.” 라는 할아버지의 말씀이 작용한 것일까. 건물주가 꿈이었다던 목사님은 청춘을 주님께 드리고 한국 기독교의 손이 닿지 않은 그곳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교회를 조직하고 사역한다.


“그런데 어느새 나도 천박하게 여기고 경멸하던 사람들의 시선과 눈높이에 연연하고 있는 자신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철저히 회개했다.”(40p)


다른 선교회에서 하지 않는 사역, 후원자와 돈의 의지하지 않는 사역, 가나안 교인들과 세상 사람들이 한국 교회를 칭찬할 수 있는 사역을 원칙으로 ‘예하운선교회’는 4.16 세월호참사 특별위원회, 기독교 피난민 가족과 독립운동가 후손을 돕고, 저소득층 여학생들 생리대 지원사업을 하며 이모티콘 ‘샬롬스토리’를 제작하여 고통의 언어를 듣고 수용한다. 다소 과격해지는 그분의 페이스북 담벼락을 보고 놀라지 마시라. 사실은 평안과 화해를 사모하며 눈물이 많은 자인 걸. 그럴 걸요.


 개인적으로는 고통의 언어를 대신할 언어를 쓰는 것에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언어를 대신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조용히 듣고 함께 우는 일이란다. 예하운 선교회가 있어 그나마 기독교가 조금 덜 부끄럽다. 기독교인들에게도 물론이요, 교회에 나가보고 싶지만 목사들 월급 올리는 일과 교회 배 불리는 일에만 급한 것에 치가 떨려 싫증난 일부 사람들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교회와 선교단체는 조금 다르겠지만 결국 신앙인으로서의 종착지가 어디인지 생각해 보면 사실 답은 그리 어렵지 않다. 황금깔린 천국이 아니다. 뒷골목이다.

2. 《안녕, 기독교》, 김정주 지음, 토기장이

 메이커 구절, 작대기 은혜, 예배자의 핫스팟(라마 나욧 공동체), 이등병의 심령, 권사님 어법 등 아마 기독교인들이라면 잘 알아챌 단어들이다. 신앙의 각 영역을 풍성하고 화려한 비유와 리얼한 경험들로 잘 풀어내 놓았다. 목사가 문학에 능통하면 이런 이점들이 있다. 독자들을 더 잘 설득시킬 수 있고, 다가갈 수 있고, 현상과 이슈를 직관적으로 풀어내지 않고 다양하게 접근하여 조금 더 다양한 층을 수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괜찮았던 구절은 우울증을 가진 청년과 대화하는 내용이었다.


 “집에서 성경책 보지 말고 나가서 자전거를 타. 이어폰으로 평소 좋아하는 음악 엄청나게 크게 들으며 소리 지른 다음, 땀 쫙 빼고 집에 와서 샤워하고 음료수 한 잔 들이켜, 일반 스트레스는 일반 원리로 날려야지 모든 걸 ‘영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마.” (177쪽)


어쩌면 갑갑하고 폐쇄적이고 통탄스러운 작금의 개신 교회의 실상을 이렇게 젊은 사역자들이 조금씩 긁어주고, 또 긁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어쩌다 거룩하게》, 나디아 볼즈웨버 지음, 윤정석 옮김, 바람이불어오는곳

 내가 얼마나 위선적이고 가증을 떠는 인간인지 확인한 어젯밤. 아들들을 학원에서 데리고 오던 21시경. 낯선 남자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구석으로 코를 박고 중얼거렸다. 즉각 촉이 발동된 나는 그를 은밀하게 머리부터 아래까지 재빠르게 스캔하였다. 시간이 없었다. 나는 5층에서 내리기 때문이다. 그는 꼭대기 18층을 눌렀고 품에서 주섬주섬 종이를 꺼냈다. 운동화는 낡아 밑창이 거의 떨어졌고, 잘 서있지도 못하고 취객처럼 비틀거렸고, 안경과 모자를 비뚤어 썼으며 옷은 허름했다.

 나는 먼저 내렸고, 집에 와서 베란다 밖을 계속 쳐다보았다. 혹시 누가 옥상에서 뛰어내리지는 않은지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리지는 않을지. 택배는 아니고 전단지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우리집 보안 카메라가 켜졌다. 그리고 밖을 나갔다. 전단지가 있었다.

 그는 그저 입주민의 눈을 피해 가구 판매 전단지를 붙이는  사람일 뿐이었다. 위험하거나 위험할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분의 운동화가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갑자기 낮에 스쳐간 고등학생도 떠올랐다. 찬란한 맑은 소풍날 혼자 있던 학생. 내 주위를 스쳐간 그들에게 모두 복이 있기를 기도했다. 나의 섣부르고 위험한 평가와 값싼 동정을 속죄했다.

 마약 복용, 알코올 중독, 거짓말, 성적 일탈, 염세, 영웅 행세, 왕따 등에서 벗어나 사역자가 된 나디아 볼즈웨버. 온몸에 문신을 새긴 제복 입은 여성 목사. “모든 죄인과 성인의 집”을 시작하여 교회를 떠난 이들을 교회로 모으는 위트 있는 사역자의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를 쭉 읽어가며 울컥하는 것은 실패한 자들을 사랑하고 아름다운 일을 이루어가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실재와 사랑이 위로가 되기 때문이리라. 나처럼 대부분에 무심하고, 재수 없고, 이기적이고, 실수를 감추고, 진보적인 척하고, 무력하며 멋대로인 사람도 사랑하시는. 이 책은 강추, 강하고 강력하게 추천하고 권한다.

(탈진한 사회복지사에게 복이 있다고 축사한 나디아 목사님 팔로우 시작)


사랑과 은혜는 결국 우리 마음의 모양을 바꾸어 놓고, 우리 스스로는 될 수 없는 존재가 되게 한다. “ (244p)


나는 나꾸 실수하고 심지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늘 하나님과 동료 인간에게 거리를 두려 한다(그러다 실패한다). 그렇다고 해야 할 때 아니라고 말하고, 아니라고 해야 할 때 그렇다고 말한다. 그런지도 모르고 문득 거룩한 순간에 들어와 있다가 다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잘 사랑하지 못하고, 그러다 우연히 나도 모르게 제때에 제대로 말하고, 그러다 무엇이 중요한지 잊어버리고, 그러다 요긴할 때 애정을 보이고, 그러다 돌아서서 자신에 매몰된다. 요컨대 나는 하나님이 계속 빚으시는 사람일 뿐인데, 솔직히 이조차도 내가 힘쓰는 건 없다. (중략)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나온 대답은 이거였다. “뭐라고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나님과 더 가까워지려 한다는 게 제게는 무서워 보이거든요.” 하나님이 나를 혼자 두셨으면 좋겠다고 생각될 때가 절반은 된다. 그분과 더 가까워지면,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을 사랑해야 하거나 헌금을 지금보다도 더 많이 내야 할지도 모른다. 소중한 구상이나 꿈을 순순히 버려야 할지도 모르다. 내 영성이 가장 팔팔할 때는 묵상 중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순간이다. - 내가 개판인데도 하나님이 나를 통해 아름다운 일을 하신 것 같다는 깨달음이 올 때 - 쓰레기 같은 내 모습에 발목이 붙들려 다른 사람의 죄를 비판할 수 없을 때(솔직히 비판이 즐거운데도) …..” (22-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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