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이제 학교에 다닙니다 (feat. 사립학교 간 썰풀기)
밴쿠버에 도착한지 한 달 만에 학교에 갔다. 캐나다에 이민자들이 늘어나고, 내가 사는 곳도 마찬가지여서 공립학교에서는 대기리스트에 올리겠으니 기다리라고 하였다. 교육청에서는 무료 교육이 가능하다는 승인을 받았고 참 감사한 일이었다. 배추 값도 싸고, 과일도 싸고 종류도 많고, 날씨도 좋고, 게다가 무료 교육까지. 이래서 다들 캐나다, 캐나다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의 세금이고, 나그네로 이방인으로 배려와 환대를 받기에 가정예배에서 나눈 것처럼 복을 받고 복을 누리고 복이 되고 싶었다. 그런 빚진 마음으로 살아갈 것을 아이들에게도 누차 당부한다.
물론 생각만큼 젠틀하지 않은 도로 위 자동차들의 위험천만한 습관들, 상상 이상의 하우스 렌털비로 불편하지만 많은 이민자들의 유입으로 생긴 것이니 시간이 필요한 일 같았다. 이민정책은 계속 바뀌고 있고, 또 그 어려운 문을 많은 이들이 두드리고 있다.
잠깐의 유학생 신분인 나는 아이들과 백수처럼 계속 집에서 빈둥거릴 수는 없었다. 공립학교에서 연락 주기를 마냥 기다리기 어려워 사립학교를 알아보았다. 남편도 밴쿠버 오기 전부터 알고 있던 학교였으나 비싼 학비에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 와서 내가 깨달은 한 가지는 “안 된다는 얘기, 부정적인 얘기에 현혹되지 말 것. 그리고 안 될 것 같은 상황에서도 문 한 번 더 두드려보고 부탁을 해보고 도움을 청해 볼 것!” 이다.
사립학교 측에 이메일을 넣었다. 엄마의 스터디 퍼밋으로 아이들은 로컬학비만 내고도 학교에 다닐 수 있단다. 게다가 네 명 모두 받아주겠다고 했다. (때가 맞지 않거나, 자리가 없으면 형제자매 모두 입학하기 어려움.) 셋째, 넷째로 갈수록 거의 무료인 시스템인데다가 회사 지원도 받으니 갈 곳 없던 우리에게는 복음만큼 기쁜 소식이었다.
The King’s School. 하나님을 알고, 알리고, 즐거워하는 모토를 가진 크리스쳔 스쿨은 작은 시골학교로 예쁘고 불편한 교복을 입고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로 가득한 학교다. 학교 투어 때 호그와트 들어온 기분이라고 했더니 교장 선생님이 깔깔 웃으셨다. 딸들 반에는 sniffle 이라는 귀여운 토끼가 살고, 나무 공방이 있고, 캠핑할 수 있는 케빈과 꿀벌을 키우는 곳이 있는 그런 학교다.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들은 긴장감 속에서도 삼일 째 즐거운 얼굴로 하교를 하고 있다. 오늘은 반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고 왔고, (비록 바보, 멍청이를 가르쳐 줘서 매우 난감한 중이지만) 한국음식과 언어, 연예인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은 서로에게 많은 호의와 사랑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공립학교를 벗어나 한 번도 대안학교나, 종교적 특성을 지닌 학교를 다녀본 적 없다. 대안학교에 대해서도 큰 기대나, 긍정적 시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나도 많이 배워볼 생각이다. 물론 이곳에서도 대학이 목표거나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자 하는 아이들은 secondary 정도에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다. 많은 과목을 가르칠 만한 교사도 부족하고, 애초에 배움의 종착지가 다른 까닭이다.
세컨더리 9학년인 아들들은 등교 둘째 날부터 Dog Mountain 클라이밍을 다녀왔다. 안개가 자욱한 정상을 보니 시원하고 좋았다는 평이다. 하교하는 차 안에서는 네 명의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주느라 정신이 없다. 이 즐거운 장면에 아빠가 없어서 애석하고 미안할 뿐이다. 나만 누려서 미안하오. 열심히 보살피고, 돌보고, 키워 보내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