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닉 가기 Derby Reach Regional Park
피크닉 가기 ‘Derby Reach Regional Park’
아직도 학교 배정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3주 째 백수가 되어 길고 긴 지루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게다가 밴쿠버 여름의 해도 길고 길다. 처음에는 저녁 9시 정도에 해가 졌던 것 같다. 지금은 조금 짧아져 8시 30분. 요즘 내가 듣기 가장 두려운 말은 “배고파요” 보다 “내일 뭐해요?” 다. ㅋㅋㅋㅋㅋ
“너희 일정을 너희가 세워봐.” 아이들은 연락할 친구도 없고, 해야 할 과제도 없다. 계획을 세우기란 어려운 일이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이미 학기가 시작되었고, 과제도 있고, 게다가 삼시세끼 밥을 하며 아이들 지루함도 채워주어야 하니 정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절반은 아이들 스스로, 나머지는 내가 함께 할 수밖에.
지금 여기서 할 거라곤 우노 보드게임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공원을 가는 것뿐이다. (보드게임도 하나 챙겨 옴. ㅠㅠ사기엔 돈 아깝고, 윳놀이라도 챙겨올걸..) 맑고 밝은 날을 맞이하여 오늘은 차로 15분 거리 공원에 가서 신나게 놀았다. 다자녀는 이럴 때 빛이 난다. 함께 노는 건 유독 재밌다. 게다가 오빠들이 좀 웃기다. 축구도 가르쳐 주고, 웃긴 행동도 한다. (오빠 있는 거 부럽다) 앞으로 서로 이렇게 친밀하게 보낼 시간이 얼마나 될까. 조만간 각자 제 갈 길을 가겠지.
하지만 모두의 컨디션이 언제나 좋을 순 없는 법. 가끔 서로에게 비꼬거나 묘하게 기분 나쁜 말들을 하고, 개인 공간이 없어 피로가 생긴다. (내 얘기다.) 역시 선을 지우는 신앙보다는, 선을 지키는 신앙이 더 맞는다고 생각한다. 방 2개짜리 집에서 오순도순, 오밀조밀 살고있는 우리는 오늘도 무탈하게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