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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Mar 07. 2022

어디로 가야 할지 잘 알고 있는 사람 같아요

<미스트리스 아메리카>_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아직 찬기운이 양볼을 스치는 어느 봄날의 일이다. 함께 수업을 수강하는 사람과 길을 걷고 있었다. 아직 서로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이름과 나이밖에 없는 사이였기에 어색함을 풀고자 허겁지겁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요약하고 나열하고 있었다. 나보다 조금 어렸던 그 사람은 앞으로의 계획 같은 것을 꽤나 진지한 얼굴로 풀어내었다. 길을 걸으면서 나누는 대화치고는 꽤나 깊이가 있는 대화여서 나는 혹시라도 이야기를 놓치게 될까 귀를 쫑긋 세우며 그 사람의 말에 집중했다. 표정 변화도 그리 크지 않았고 목소리 톤도 일정하게 덤덤해서 분명 나보다 어렸지만 그 순간만큼은 어른스럽게 느껴졌다. 나보다 훨씬 더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구나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찰나 그 사람이 나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앞으로의 계획이라. 계획을 해도 맘대로 되지 않은 것이 인생이지 않냐며 조금 체념적인 말을 할까 잠시 고민하다 그나마 추상적으로라도 그려놓았던 미래의 계획 같은 것을 실없이 풀어내었다. 어쩌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나사 빠진 사람처럼 들리지 않을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계획을 참 구체적으로 세워놨네요. 어디로 가야 할지 잘 알고 있는 사람 같아요. 



“그녀랑 있으면 뉴욕이 느껴져”

대학 입학과 함께 홀로 뉴욕 생활을 시작한 새내기 ‘트레이시’. 
꿈꾸던 대학 생활도, 화려한 뉴욕 생활도 그녀와는 먼 이야기다. 
  
그러던 어느 날, 뉴욕 한복판에서 유쾌한 의붓 언니 ‘브룩’을 만나게 되고 
일과 사랑, 꿈을 모두 쟁취한 듯한 '브룩'을 주인공으로 소설까지 쓰게 된다. 
  
한편, '트레이시'는 '브룩'과 함께하면 할수록 
동경했던 그녀의 삶이 허세로 가득 차 있음을 눈치채게 되는데..


영화는 이제 막 꿈에 그리던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트레이시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아직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지만 되고 싶은 이미지만은 또렷이 가지고 있는 트레이시는 어색하고 낯선 대학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나간다. 대학을 다니며 트레이시가 유일하게 희망하고 있는 목표는 교내에 유명한 소설 동아리에 들어가는 것. 설레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늦은 밤 화려한 합격 통보를 받기를 기대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이미 합격 통보를 받은 사람들이 남겨놓은 파이의 흔적뿐이다. 하루하루 기대와 실망을 맛보며 살아가던 트레이시는 부모의 재혼으로 가족이 될 브룩을 만나게 된다. 변변한 친구도 없고 이룬 것 하나 없는 트레이시의 눈에 브룩은 화려한 뉴욕 생활을 즐기며 삶을 살아가는 꿈에 그리던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을 척척 계획대로 살아가는 브룩을 선망하던 트레이시는 그를 모델로 새로운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트레이시가 보는 브룩은 아주 바쁘다. 연인과 동업하는 레스토랑 오픈을 앞두고 있고 늦은 밤에는 친구들과 술집에 모여 화려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짬짬이 스피닝 강사일을 하며 돈도 벌고 있다. 거기에 꽤나 번듯해 보이는 집에서 안락한 삶을 살고 있는 브룩의 모습은 트레이시가 보기에 모두 대단해 보인다. 자신을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는 트레이시의 시선에 브룩 역시 꽤나 만족스러운 눈치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브룩은 엄마의 집에 온 것 같은 따뜻함을 전해줄 공간을 만들 거라며 그릇 하나까지 신경 써서 준비한 레스토랑을 트레이시에서 선보이며 꿈에 부풀어 있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던 브룩의 삶을 조금 가까이 들여다보자 조금씩 위태롭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화려한 생활을 과시하듯 올린 sns 사진 때문에 연인과 헤어지게 되고 안락한 공간이었던 집은 불법 개조로 인해 문이 잠겨버리고 설상가상으로 사업의 잔금을 치를 돈이 없어 당장 투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모든 것이 꽉 막혀버린 상황 속에 놓인 브룩은 오래전 함께 일을 했던 친구 클레어를 찾아가게 된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타임스퀘어에서 브룩은 트레이시를 처음 만난다. 자신이 즐겨 찾는 곳이라는 것을 과시하려는 듯 양팔을 쭉 펴고 트레이시를 맞이한다. 환한 미소로 트레이시와 반갑게 인사를 한 브룩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삐죽 튀어나온 어색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황급히 계단을 내려온다. 그 엉거주춤한 모습은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곳곳에서 발견된다. 바에서 술을 나눠마시며 대화를 나누던 브룩과 트레이시 앞에 브룩의 옛 친구가 찾아와 항의를 할 때도, 투자를 받기 위해 평소 신지 않았던 하이힐을 신고 길을 걸을 때도, 투자를 받기 위해 옛 친구 앞에서 사업 설명을 할 때도 브룩은 혹여나 어색한 표정과 몸짓을 들키게 될까 감추기에 급급하다. 트레이시에게 그럴듯한 어른으로 보이고 싶다는 욕심과 계획대로 모든 일이 잘 진행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 그리고 그 마음들 사이로 자꾸 새어 나오는 불안과 두려움까지. 사실 브룩은 트레이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보이지 않은 미래에 두려워하고 있는 한 사람일 뿐이었다. 


모든 것을 척척해나가는 브룩의 모습을 선망의 눈빛으로 지켜보던 트레이시는 브룩과 일상을 보내며 현실 속 브룩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어디로 가야 할지 길 잃은 모습을 보기도 하고 자신의 목표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긴장한 표정을 발견하기도 하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에 사업을 접는 의기소침한 모습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모습 속에서 아주 작게 빛나는 브룩의 용기 또한 발견하게 된다. 어떻게든 다시 방법을 찾으려는 용기를. 다시 일어서 보려는 힘을. 모든 계획이 허물어져버린 브룩은 뉴욕에 있는 짐을 하나씩 정리하며 미래를 알 수 없는 새로운 계획을 열심히 궁리한다. 또다시 두려움 앞에 꿈을 포기하게 되더라도 혹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해 약해진 마음을 다 잡는다. 그런 브룩의 모습을 보며 트레이시 역시 꿈에 그리던 동아리를 탈퇴하고 직접 동아리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결과를 알 수 없더라도 몸소 부딪히며 경험했던 브룩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 작게 빛나던 모습을 닮아가고 싶어서. 영화를 보며 그 사람과의 대화가 떠올랐던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빛은 발견하였지만 스스로의 빛은 발견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 사람에게서 발견했던 단단하게 빛나던 어떤 것. 그리고 어디서 발견했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어딘가 작은 구석에 존재했던 희미한 빛 같은 것을. 나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나의 작고 희미한 빛은 찾아 헤매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누군가의 작고 소박하게 빛나고 있는 빛을 발견하는 것부터 우리의 성장은 시작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월 인스타그램 

사월 유튜브 <사월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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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3살 두 소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삶을 담아낸 시나리오집입니다. 빨리 어른이 되기를 꿈꾸면서도 변화하는 자신의 몸에 당혹스러움을 느끼기도 하고, 평생 함께 할 거라 자신했던 친구와의 관계는 해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합니다. 언젠가 헤어질 거라 생각했던, 서로를 몹시도 싫어하는 줄만 알았던 부모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랑과 믿음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보여주기도 합니다. 너무도 가까워서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낸 시나리오입니다. 독립출판으로 만들어낸 책이기에 독립 책방과 제가 직접 보내드리는 구매 신청 폼에서만 책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책 판형 : 120mm X 165mm

페이지수 : 120p

양식 :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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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 연희는 혜선과 함께 교환일기를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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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하지 못했던 말을 꾹꾹 눌러 담아냈습니다. 

부디 독자님들께 마음이 가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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