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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Jul 01. 2022

마침내 미결로 완성된 단일한 사랑

<헤어질 결심>_이토록 매혹적이고 고고한 멜로 영화.

헤어질 결심

사랑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아주 사소해서 누군가는 금세 잊어버리는 것들을 기어코 찾아내 기억해내는 방식으로. 축축하게 젖은 날을 좋아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비를 맞으며 떠올리는 것과 길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누군가의 콧노래를 떠올리는 것과 카레 속 당근을 우적우적 먹으며 누군가의 젓가락질을 떠올리는 것. 피를 무서워하는 사람을 위해 열심히 흔적을 닦아내는 것과 차가운 아이스크림 대신 따뜻한 밥을 지어주는 것과 누군가의 거친 손을 기억해내는 것과 주렁주렁 달린 주머니 속에 무엇이 들어가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그리하여 그 모든 것이 내 것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 자신도 모르는 새에 잉크처럼 서서히 퍼져버리고 마는 사소한 것들은 사실 모두 사랑의 언어인지도 모른다.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와 마주하게 된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 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한편,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 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하는데….


영화는 평온한 일상을 무료해하는 해준의 나른한 목소리로 시작된다. 미결 사건의 용의자를 찾아다니며 지루해하던 해준에게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사건이 접수된다. 산 정상을 직접 오르며 사건을 샅샅이 살펴보던 해준은 죽은 남자의 아내인 서래를 만나게 된다.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된 서래는 슬퍼하기는커녕 자신의 어눌한 발음에 피식 웃음부터 지어 보인다.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의 태도에 해준은 남편을 죽인 범인으로 서래를 의심하게 되고 그의 일상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먼발치에서 서래의 일상을 관찰하기 시작한 해준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신을 대하는 서래의 행동에 더욱 짙은 의심을 가지면서 동시에 묘한 호기심 또한 피어오르게 된다. 사건 앞에서 언제나 냉정함을 유지하던 해준은 서래와 가까워지며 그 전과는 다른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발견하기 시작한다.


망원경을 통해 서래의 밤낮을 관찰한 해준은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몰랐을 서래의 습관을 속속들이 알게 된다. 끼니는 언제나 아이스크림으로 대신하고 있고 침대 대신 소파에 몸을 잔뜩 말아 올려 간신히 잠을 청하고 있으며 자기 전에 담뱃재가 다 태워진지도 모를 정도로 골똘히 생각에 빠져 있다는 것을. 수사를 위해 냉정하게 대하려던 서래에 대한 마음은 어느새 연민의 감정으로 변화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변화한 마음만큼이나 해준은 서래의 작은 행동, 눈빛 하나에 반응하기 시작한다. 해준의 달라진 태도를 서래 역시 눈치채게 되고 그의 마음에 응답을 해주듯 불면증에 시달리는 해준을  살뜰히 챙기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에게 알듯 모를 듯 서서히 스며들게 된 두 사람은 서래가 피의자 신분에서 벗어나면서 더욱 미묘한 관계로 접어들게 된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을 조금씩 확인하던 두 사람 앞에 그동안 찾지 못했던 사건의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며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부서지고 깨지기 시작한다.



시간이 한참 흘러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두 사람만이 아는 언어로 무성의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운동화 대신 구두를 신고 있는 것을 눈짓으로 말하거나 녹음하기 용이한 시계로 바뀐 것을 바로 알아차리게 되는 방식으로. 서래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해준은 내심 반가우면서도 그 마음을 외면하기 위해 노력한다. 서래를 잊기까지 걸렸던 시간을 어떻게든 붙잡아보겠다는 듯이 서래에 대한 마음을 강하게 반항한다. 하지만 해준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떨어져 있었던 시간을 보상받으려는 듯 서래는 더욱 해준의 주변을 서성거린다. 마치 자신을 수사하던 해준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하듯 해준을 먼발치에서 관찰하고 기록하며 그의 일상에 서서히 스며든다. 언제나 깔끔하던 턱에 수염이 자라고 있는 모습이나 여전히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듯한 피곤한 얼굴이나 계속해서 자신의 마음을 회피하려는 해준의 태도를 하나둘 발견하면서.


해변가에서 차를 거칠게 몰던 서래는 차에서 내려 미리 나뭇가지로 표시해둔 곳으로 꼿꼿이 걸어간다. 그리고는 부서지고 깨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쉬지 않고 모래를 퍼내기 시작한다. 서래의 뒤를 쫓던 해준은 서래의 차 안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휴대폰을 마침내 찾아낸다. 그리고는 휴대폰 속에 있는 녹음 파일을 마침내 듣게 된다. 부서지고 깨어지며 사랑을 고백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해준은 더욱 애타는 마음으로 다시 서래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이미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깊은 곳으로 사라져 버린 서래는 해준의 간절한 외침을 듣지 못한다. 자신의 마음을 회피하며 도망치던 해준은 마침내 서래가 사라지고 그의 존재가 미결 사건이 되어버리고 나서야 서래에 대한 자신의 마음과 마주하게 된다. 부서지고 깨지며 고백하던 서래의 사랑을. 그리하여 부서지고 깨지며 사랑하고 있었던 자신의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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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3살 두 소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삶을 담아낸 시나리오집입니다. 빨리 어른이 되기를 꿈꾸면서도 변화하는 자신의 몸에 당혹스러움을 느끼기도 하고, 평생 함께 할 거라 자신했던 친구와의 관계는 해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합니다. 언젠가 헤어질 거라 생각했던, 서로를 몹시도 싫어하는 줄만 알았던 부모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랑과 믿음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보여주기도 합니다. 너무도 가까워서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낸 시나리오입니다. 독립출판으로 만들어낸 책이기에 독립 책방과 제가 직접 보내드리는 구매 신청 폼에서만 책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책 판형 : 120mm X 165mm

페이지수 : 120p

양식 : 시나리오

제본 : 무선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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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하지 못했던 말을 꾹꾹 눌러 담아냈습니다.

부디 독자님들께 마음이 가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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