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 필름을 타고!>_반짝반짝 빛나는 눈빛에 관하여.
밴드 음악을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다. 아직도 그 친구가 보여줬던 앨범 자켓 사진을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다. 얼굴 전체를 하얗게 뒤덮고 머리카락을 삐쭉 세운 채 나를 매섭게 응시하던 멤버들의 모습을. 아무리 뚫어져라 쳐다봐도 누가 누구인지 다른 점을 찾지 못하는 나에게 친구는 친절하게 멤버를 한 명씩 손으로 가리키며 설명해주었다. 얘는 엄청 조용한 애고, 얘는 화장을 이렇게 해서 그렇지 제일 잘생겼고, 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멤버야. 멤버 각각의 특징을 말하는 친구의 모습은 무척이나 신이나 보였고 목소리는 하늘 높이 들떠 있었으며 그만큼 빛나고 있었다. 무엇이 그토록 좋을까 궁금한 마음에 나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운 시끄러운 음악을 한동안 듣고 다녔다. 비록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운 시끄러운 음악을 좋아하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새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는 모습은 눈이 부시도록 반짝일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여름엔 너희들의 청춘을 내가 좀 쓸게”
시대극 찐 팬으로 영화감독을 꿈꾸는 고교생 ‘맨발’.
영화 동아리에서 자신이 기획한 <무사의 청춘>이 탈락되자
직접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절친 ‘킥보드’, ‘블루 하와이’와 드림팀을 결성한다.
우연히 극장에서 만난 미래에서 온 의문의 소년 ‘린타로’를 주인공으로 전격 캐스팅한 ‘맨발’은
꿈에 그리던 촬영을 시작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지는데…
영화도, 꿈도, 사랑도 Ready Action!
최고의 청춘+로맨스x시대극÷SF 걸작이 온다!
사랑한다는 말을 메아리처럼 전하는 두 커플의 풋풋한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연신 대결하듯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던 두 사람의 모습은 작은 노트북 속 풋풋한 사랑이야기로 이어진다. 각자 맡은 임무를 되새기며 영화를 뿌듯하게 보고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어딘가 못마땅한 얼굴로 뒷자리에 앉아 있는 맨발은 사실 연신 사랑한다 말하는 로맨스 영화보다 진지한 얼굴로 서로 칼을 겨누는 시대극 영화에 푹 빠져있다. 자신이 푹 빠져 있는 시대극 영화를 함께 좋아하고 공감해주는 건 오직 킥보드와 블루 하와이뿐이다. 셋이서 만든 작은 아지트에서 시대극 영화를 틀어놓고 벅차오르는 감정을 공유하는 모습은 로맨스 영화에 푹 빠져 있던 여느 고교생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 누구보다 시대극에 진심인 맨발의 마음을 알고 있는 블루 하와이와 킥보드는 영화 동아리에서 탈락한 시대극 영화 시나리오로 셋이서 직접 영화를 찍어보자고 제안한다. 확신이 들지 않아 주저하고 있는 맨발 앞에 시나리오를 쓰며 머릿속으로 그려놓은 이미지와 똑 닮아 있는 린타로가 나타나게 되고 운명처럼 나타난 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영화를 찍겠노라 결심한다.
영화를 찍기 위해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한 세 사람은 무언가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 설득하기 시작한다. 눈을 감고 공을 던지는 소리만 들어도 어떤 야구 선수인지 단번에 맞출 수 있는 야구에 푹 빠져 있는 두 학생을 사운드 담당으로, 누군가의 눈에는 괴상하게 보일 테지만 오토바이 앞에 여러 종류의 조명을 달고 행복해하는 빛에 진심인 학생을 조명 담당으로, 누구보다 진지한 얼굴로 자기만의 감성에 젖어 있는 학생을 린타로의 상대역으로 캐스팅한다. 그리고 무언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자기만의 세계를 가꿔나가는 사람의 장점은 영화가 진행되는 곳곳에서 발현된다. 린타로의 정체가 밝혀지고 현재의 세계가 붕괴되고 마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고 있는 아이들 앞에 우주와 미래 세계에 대해 깊게 탐구하던 킥보드가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며 걱정을 덜어주기도 하고, 언제나 경쟁자로만 생각했던 영화 동아리 팀에 위기 상황이 닥쳐오자 내내 로맨스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꽁꽁 숨기고 있던 블루 하와이가 전 여자 친구 역을 연기하며 영화 동아리 팀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만을 단단히 끌어안고 있던 인물들은 자신과 다른, 하지만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무언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고 공감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또 다른 세계를 넓혀나가고 있었다.
미래에서 온 린타로는 영화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맨발에게 먼 훗날 영화가 사라지고 만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그 누구도 영화의 긴 러닝타임을 기다리지 않아서 10초짜리의 짧은 영화만이 존재하고 그리하여 극장도 사라져 버리고 만다고. 혼란스러워하는 맨발에게 린타로는 희망적인 말 또한 덧붙인다. 먼 훗날 맨발은 시대극의 거장이 되어있다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알게 된 맨발은 거장이 된다는 말보다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영화가 사라지고 만다는 사실에 더욱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사랑하는 것이 끝내 무관심 속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에 잠시 방황하던 맨발은 다시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결코 영화가 사라지게 두지 않겠다고. 그것은 내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내가 사랑하는 것을 진심으로 지켜내겠다고. 영화가 상영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타협하지 않던 맨발은 이제는 완벽하게 팀이라 부를 수 있는 친구들과 비로소 영화를 완성하게 된다. 영화를 찍으며 각자 사랑하는 세계를 공유하게 된 그들은 소리만으로 야구선수를 공유하는 법과 로맨스 영화를 즐기는 법과 앞으로 다가올 광활한 우주를 맞이하는 법을 배우며 반짝반짝 자라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