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순간도 믿어본 적 없는 사람 나야 나 나야 나
본인 잔치 남의 잔치할 것 없이 잔치란 잔치는 모두 좋아하는 작음이*는 이미 11월부터 크리스마스에 하고 싶은 것이 있냐는 질문을 건넸고, 내 잔치 남의 잔치할 것 없이 감흥 없는 나는 "빨간 날은 밖에 나가는 거 아니야."라는 멋대가리 없는 말로 마음을 전했다.
돌이켜 보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산타를 믿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다. 엄마 아빠는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갖고 싶은 물건이 있는지를 물어보셨고 그걸 그대로 사주셨다. 본투비 실리주의자인 나에게는 아주 안성맞춤인 육아 방식이었지만 주변 친구들이 유치원 때까지 산타를 믿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면 그 삶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부모님이 산타 분장을 하고 내 앞에서 껄껄껄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셨어도 아마 난 수염을 쥐어뜯으며 누구시냐고 물었을 거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나 산타클로스, 연말 등을 소재로 한 영화는 굉장히 좋아한다. 늦은 밤 불이란 불은 모두 다 끄고 혼자 누워 심야 괴담회를 즐겨보는 사람이기에 왠지 모순처럼 들리지만 나는 로맨틱 코미디 매니아고, 정말 많은 콘텐츠를 소비했다고 자부한다. 아마 이번 성탄절도 부스스한 머리에 수면잠옷을 장착하고 먹태에 땡초간장마요를 찍어 먹으며 영화를 보지 않을까 싶다.
무신경해 보여도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고를 때의 나는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수신자의 취향을 정확히 알고 있거나 평소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아이템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나는 두 가지 원칙을 반드시 준수한다.
1) 내 돈 주고 사기는 좀 그렇지만 받으면 분명 기분 좋아질 아이템
2) 계산하는 순간까지 '아 그냥 내가 가질까' 싶은 아이템
이 두 가지 원칙 중 하나 이상을 지키면 실패 없는 선물을 고를 수 있다. 최근 작음이에게 사준 백팩이 1번이었고, 엄마에게 사준 마사지기가 2번이었다. 역시나 두 사람 모두 만족했고, 그런 두 사람을 보는 내 기쁨은 더욱 컸다.
다가올 25일, 모두가 동일한 행복을 느끼는 크리스마스가 될 수는 없겠지만 최근 들어 가장 기분 좋은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엄마에게 '왜 어린 시절의 나에게 산타가 있다고 이야기해주지 않았는지'에 대해 물어본 카톡 대화를 첨부하며 오늘의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