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마세요. 웃으면 혼나요.
S전자 OPIC 강의를 종강한 날이었다.
강의 나가며 대학원 다니며
이 어린양들을 건사하다가
이렇게 여유 시간이 생기니
내 육신이 적신호를 보냈다.
오늘은 엄마가 너무 피곤해.
오늘만 좀 둘이 조용히 놀아주라.
그러거나 말거나 두 분은 어찌나 투닥거리는지
방 안에서 뭘 던지고, 물소리도 나고
위험요소가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이 날은 내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소파에 누워 식은땀을 흘리며
땅 속으로 꺼지는 듯이 잠이 들었다가
"오빠 미워!" 소리에 소스라치고 깼다가
다시 또 가라앉듯이 잠이 들었다가
"엄마! 엄마!" 소리에 또 잠이 깨고
이렇게 저렇게 수 십 번을
잠이 들었다가 깨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느 순간 그냥 곯아떨어졌다.
필름 단절
"똑똑!"
아이의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또 뭔 일이 났나 가슴이 철렁했다.
눈을 떴는데 내 정신도 오락가락이지만
내 앞에 있는 애도 정신이 없는 듯했다.
짜잔!
엄마! 잠만 자지 말고 일어나!
순간 잠이 확 달아나며
기가 막혀서 웃음이 터졌다.
그랬더니...
그랬더니...
왜 웃어! 왜 웃어! 왜 웃냔 말이야!
웃었다고 웃었다고...
자기 보고 웃었다고 뒤집어져서 우는데
내 몸에선 후끈후끈 열이 나고 정신은 외출 상태고
애는 저 옷을 입고 방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우는데
그 날은 내가
자다가 깨다가
웃다가 울다가
동네마다 하나 씩 있다던
바로 그
"머리에 꽃 단 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