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괴감이 들고...
누가 그러더만
책을 많이 읽어주면
아이가 한글을 스스로 깨친다고...
그러나 내가 해 보니
그건 남의 새끼 이야기였다.
내 새끼는 그냥 쉽게 가는 법이 없다는 게
진리였다.
7세에 병설 유치원으로 보낼 생각을 하고
한글을 인텐시브 코스로 가르쳤다.
왠지 병설 유치원은 '미니 학교'라고 생각이 들어서
한글을 모르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다 지나고 보니 그때 되도 않는 글쓰기보다
그 좋아하는 가위질이나 실컷 하게
놔 둘 껄 후회가 된다.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고
매일매일 이건 뭘 배우긴 배우는지
엄마 마음만 조급하고
전혀 티가 나지 않던 시절이었다.
청소하다가 우연히 한 장의 종이를 발견했다.
엄마 조차도 오랜 시간 동안 냉담 중이었는데
아이는 도대체 어디서 하느님, 예수님을 들었는지 신기했다.
또 한편으로는 이 삐뚤빼뚤 글씨로
하는님과 예순님께 쓴 편지를 보며
'한글 좀 늘었는데?'라며 웃었다.
한글은 그렇게 가닥이 잡혀 갔다.
새끼 가르치는 보람이 이런 것인가 했다.
뿌듯했다.
그래서 또 첫 아이를 키우는 엄마답게
냅다 학습지를 시켰다.
왠지 이거 안 해 주면 아이가 자라야 할 부분이
못 크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고를 수 있는 과목은 엄청나게 많았지만
그 중 딱 하나를 골라서
일주일에 한 번 선생님이 오시고
나머지는 숙제로 하는 시스템이었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 오셨다가 가시면서
이 페이지를 슬쩍 펼쳐 놓고 가셨다.
견우와 직녀처럼 보고 싶은 사람과 떨어져 있어야 했던 경험
엄마가
서울에 가서
좋았어요.
흑...
한글 교육의 부작용인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질수록
내가 뒷목 잡고 쓰러질 일도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