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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뒷목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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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승은 Nov 02. 2017

내가 이러려고 한글을 가르쳤나 ⑧

자괴감이 들고...

누가 그러더만

책을 많이 읽어주면

아이가 한글을 스스로 깨친다고...

그러나 내가 해 보니

그건 남의 새끼 이야기였다.

내 새끼는 그냥 쉽게 가는 법이 없다는 게

진리였다.


7세에 병설 유치원으로 보낼 생각을 하고

한글을 인텐시브 코스로 가르쳤다.

왠지 병설 유치원은 '미니 학교'라고 생각이 들어서

한글을 모르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다 지나고 보니 그때 되도 않는 글쓰기보다

그 좋아하는 가위질이나 실컷 하게

놔 둘 껄 후회가 된다.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고

매일매일 이건 뭘 배우긴 배우는지

엄마 마음만 조급하고

전혀 티가 나지 않던 시절이었다.

청소하다가 우연히 한 장의 종이를 발견했다.


엄마 조차도 오랜 시간 동안 냉담 중이었는데

아이는 도대체 어디서 하느님, 예수님을 들었는지 신기했다.

또 한편으로는 이 삐뚤빼뚤 글씨로

하는님과 예순님께 쓴 편지를 보며

'한글 좀 늘었는데?'라며 웃었다.

한글은 그렇게 가닥이 잡혀 갔다.

새끼 가르치는 보람이 이런 것인가 했다.

뿌듯했다.



그래서 또 첫 아이를 키우는 엄마답게

냅다 학습지를 시켰다.

왠지 이거 안 해 주면 아이가 자라야 할 부분이

못 크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고를 수 있는 과목은 엄청나게 많았지만

그 중 딱 하나를 골라서  

일주일에 한 번 선생님이 오시고

나머지는 숙제로 하는 시스템이었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 오셨다가 가시면서

이 페이지를 슬쩍 펼쳐 놓고 가셨다.



견우와 직녀처럼 보고 싶은 사람과 떨어져 있어야 했던 경험


엄마가

서울에 가서

좋았어요.



흑...

한글 교육의 부작용인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질수록

내가 뒷목 잡고 쓰러질 일도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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